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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r 12. 2022

주말엔 욕심을 버릴래요

한 달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일하는 걸 목표로 한 지 오늘이 11일째. 이렇게 하다 보니 시간에 욕심이 나서 하루는 글을 쓰고 후딱 남산에 올라갔다 왔다. 역시나 운동을 하고 나니 몹시 기분이 상쾌했고, 일하기 전에 글을 쓰고 운동까지 했다는 사실에 어찌나 뿌듯하든지. 그 기분에 내일도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으나 내가 하는 업무가 9시에 시작해서 6시에 마치는 일이 아닌지라 이런 욕심을 부리다가는 피로감에 금세 탈이 날 것만 같았다.


1920년생으로 지금도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시는 102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의 기사를 보았다.


"주변에 100세까지 산 사람 7명이 있는데 공통점이 있더군요. 첫째, 욕심이 없어요. 둘째, 남 욕을 하지 않아요. 사람은 정서적으로도 늙습니다. 내 친구인 안병욱 교수는 '젊게 사는 방법은 공부, 여행, 연애'라고 하더라고요."


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지금은) 죽는 시기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혹시라도 오래 살게 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그러니 백세가 넘은 연세에도 강의를 하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게 장수를 하고 계시는 분의 말씀에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을 테다.


교수님의 글을 읽고 나니,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목표를 세우는 건 좋지만 내 몸을 상하게까지 하면서 무리해서 하는 건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 욕심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동안 나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서 '깡'으로 버틴 게 컸는데 그것도 젊어 한때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과거의 기억으로 그렇게 했다가는 문제가 크게 생길 수가 있을 테다. 좀 더 융통성 있게 계획을 만들어 오래 유지하는 게 먼 미래를 봤을 때에 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이르자 목표를 일부 수정했다.


주중에는 5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일을 하되 아침에 남산에 오르는 건 상황과 컨디션을 봐서 할 것. 그리고 주말에는 푹 쉬어줄 것. 어찌 보면 자기 합리화 같기도 하지만, 하루 이틀 일할 것도 아니니 욕심내지 않고 무리 없이 꾸준히 유지해가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 늦잠을 잤다.(이런 건 바로 실천한다 하하) 어제는 눈이 하도 감겨서 일찍 누웠는데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아침에 못 일어난 걸 보면 푹 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아침에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글을 쓰고는 결국 일하다 말고 동네 미용실에 가서 10분 만에 후다닥 머리를 자르고 왔더니 갑자기 쿠바에서 사 온 헤어밴드가 생각났다. 추억을 하기에 소품만 한 게 없지,라고 생각하며 서랍을 열어 헤어밴드를 꺼내어 짧게 자른 머리에 착용해 보았다.


알록달록 컬러풀한 이 헤어밴드는 아바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에서 구입한 것이다. <어쩌다 쿠바> 책에도 소개할 만큼 말레꼰 뷰가 끝내주는 그 바에서는 감각 있는 젊은 쿠바 작가들의 작품들도 판매를 하는데 그대로 한국에 가져와서 판매해도 잘 팔릴 만큼 특이하고 예쁜 물건들이었다. 그중 나는 힙색과 이 헤어밴드를 구매했는데 가격이 만만찮아서 여러 개 사 오지 못한 게 후회가 될 지경이다. 쿠바 물가가 너무 올라서 다음에 가면 더 비쌀 텐데...


느지막이 일어나 컬러풀한 헤어밴드를 하고는 거울을 보며 혼자 씩 웃는다. 사진을 찍어보니 쌩얼은 노노. 스노우 어플에서 화장하며 살짝 멋을 부려보았다. 어제 머리를 자르러 잠깐 나갔더니 재킷을 깜빡할 정도로 날이 따듯해져 있던데. 정신없이 사는 동안 어느덧 봄이 찾아와 있었다. 그래서 요새 남편보다 먼저 새 집에서 동침한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오늘은 컬러풀 헤어밴드를 하고 언니랑 브런치를 먹으며 봄을 맞이한 주말의 여유를 느껴보아야지. 


헤어밴드하고 냠냠 브런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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