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지하철-마을버스를 탔더니 별로 걷는 일도 없이(걷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에요) 바로 국악방송 앞에 도착했어요.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할 시간은 안되고 로비에는 앉아있을 자리가 없어 연락 주신 조연출에게 전화를 했어요. 11층으로 올라오라고 했고, 잠시 앉아 있으니 오셔서 인사를 나누었어요. 종이 2장을 주시며 작성을 요청하셔서 뭔가 하고 보니, 하나는 개인정보이용에 관한 것이었고(그런 거 같아요.. 가물가물) 하나는 인터뷰 비용 입금을 위한 정보 기재였어요.(얼마 안 되지만요)
전날 밤 집에서 준비를 하긴 했는데 말로만 해서 약간 불안했는데, 방송국으로 가는 길에 버스와 전철 안에서 핸드폰 메모란에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적어보니 좀 맘이 놓이는 것 같았어요. 얼굴이 공개되는 거면 많이 부담스러울 텐데, 라디오 방송이라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은 있는 듯했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10시 2분. 담당 PD님이 오셔서 인사를 하셨고 스튜디오로 안내해주셨어요. 들어가니 김경란 아나운서님이 앉아 계셨어요. 새하얀 얼굴이 마스크를 하고 있어도 예쁘시더라고요. 얼굴은 또 얼마나 쪼매난지.
아나운서님께 준비는 했는데 잘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본인과 편안하게 수다 떤다 생각하면 되니 전혀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하셔서 마음이 확 놓였어요. 그러면서 쿠바 이야기를 자연스레 하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저의 긴장을 풀어주시려는 것 같았어요. 잠시 후, 시작하자고 하시더니 스튜디오 문이 닫혔고 녹음이 시작되었어요. 제 앞엔 커다란 마이크가 있었고 최대한 마이크 가까이에서 대답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나운서님의 말대로 둘이 마주 보며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제가 적어놓은 건 한 번도 볼 틈이 없었고, 모두 제 이야기라 그냥 술술 나왔어요. 하고 싶은 말은 물론 산더미였지만 시간이 한정적이라 신나서 말하다가 분위기 봐서 그만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김경란 아나운서님이 소탈해 보이는 데다 얼굴도 익숙해서 그런지 예전에 알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 떠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한 질문에서 시간을 많이 끈 것 같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베테랑 아나운서답게 알아서 다른 질문들을 건너뛰면서 자연스레 마무리를 하셨어요. 이렇게 편하게 인터뷰하는 거면 매일 할 수 있겠다는 오만한 생각이 살짝 드리도 했어요. 재미있었다는 거겠죠? 기념으로 김경란 아나운서님과 사진을 찍고 인사를 드리고는 방송국을 떠났어요.
작년에 라디오 인터뷰를 했지만 그때는 작가가 아니라 쿠바의 한인으로 하게 되었고 전화 인터뷰여서 스튜디오 방문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유명한 아나운서랑 같이 인터뷰를 하고 나니 내가 뭔가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출연한 방송은 FM 99.1 국악방송에서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1시에서 12시에 진행되는 <문화시대 김경란입니다>이고, 주말의 여행친구라는 코너에서 <어쩌다 쿠바>의 작가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거였어요.
어제는 녹화였고, 본 방송은 오늘, 3월 24일 11시부터인데 제 이야기는 11시 20분쯤에 시작할 거라고 조연출님이 말씀해주셨어요. 결과는 어찌 될 줄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 편하게 인터뷰를 잘했어요. 그래도 막상 라디오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면 또 쑥스러울 것 같아요.
참, 이 방송 출연은 출판사 대표님께서 연락 주셔서 하게 된 것이에요. 방송국에서 출판사로 연락을 주었고, 출판사 대표님께서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평일이어서 제가 좀 망설였거든요. 일하는 시간이라. 그런데 대표님께서 꼭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셔서 한 건데, 안 했음 큰일 날 뻔했네요. 훗.
기회를 주신 푸른향기 출판사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오늘 방송을 들으실 모든 분들께도 미리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일요일에 재방을 하고 일요일 이후에는 팟빵을 통해 청취가 가능하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