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어쩌다 쿠바가 해쉬태그(#)가 된 것을 보고는 누가 내 책에 관심을 주셨나 하며 열어보았다. 보통은 열어보면 개인이 책을 읽고 후기를 올리거나 사진을 찍어놓은 개인 계정인데, 사진과 내 책의 소개가 범상치 않은 걸 보니 개인 계정이 아니었다. 팟캐스트였다.
팟캐스트? 프로필을 보니 권애리, 심영구 기자가 진행하는 책 읽고 책 듣는 팟캐스트 '북적북적'이라고 되어 있었다. '북적북적'이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다. 내 책을 소개하는 사진에는, '북적북적 333회 쿠바댁의 좌충우돌 쿠바살이 어쩌다 쿠바'가 적혀있었는데 333회인걸 보니 진행하신 지가 꽤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팟캐스트에서 내 책을 소개해주셨다고? 왜? 하는 의문에 길게 써 놓은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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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마음에 와닿았던 건 또 한 커플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야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임이 진솔하게 전해 져서였습니다. '쿠바'는 종종 모종의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쿠바'라는 지명과 '로망'이라는 단어를 같이 쓸 때, 그것은'(괄호 치고) 짧은 휴가/휴식/관광으로는 뭔가 끌어당기는 나라'라는 뜻의 범위를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정작 쿠바라는 나라에 가서 생활인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달 정도, 바깥세상에서 가져온 돈을 쓰면서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으로 들렀다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삶을 꾸린다고 하면 말입니다.
쿠바는 사실 우리에게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상당히 괴리감이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세속적인 기준으로) 풍족하지 않거나 사회체제가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 함부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는 것도 경계할 일이지만, 우리 기준에서의 얄팍한 '로망'을 쉽게 덧쒸우는 것도 그만큼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중략)
기자의 매서운 감이라고나 할까? 내 속 깊은 마음을 들킨 것 같기도 하면서 내 마음을 알아봐 줘서 고맙기도 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인생의 반쪽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고, 그동안 벌어놓은 약간의 돈도 있었기에 녹녹지 못한 쿠바 생활을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아 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쿠바에서 나처럼 사는 건 무리가 있을테니 여유 있게여행을 하며 쿠바를 누려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쿠바는 한번은 꼭 가봐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매력적인 곳이니 말이다. 여행과 삶이 이토록 다르다는 건 2개월 간 남편과 쿠바를 여행할 때 조차도 잘 몰랐었다.
이 방송에서 기자는 세 편의 글을 읽어주는데 모두 쿠바의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듣는데, 그때의 일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올라 산책을 하는데 눈물이 핑 하고 돌았다가 잠시 후에는 혼자 배시시 웃어버렸다. 지금 나는 한국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지만 남편은 지금도 새벽에 나가서 줄을 서는데...라는 마음에 또 남편 생각이 나면서 마치 내가 그때로 돌아간듯한 마음이 기자의 목소리를 통해서 살포시 들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아닌 전혀 모르는 제삼자가 읽어준다는 건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들어보니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마음을 알아봐 준 기자님께 감사해서 댓글을 남겼다.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었다 내 마음을 잘 읽어주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내 책을 읽어주고 팟 캐스트에 소개를 해 주신 '북적북적'에 많은 감사를 드리며 산책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혹시라도 귀가 심심하시면 한번 들어보실 것을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