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인이다
또 새벽에 일어났다.
오늘은 어제보단 낫다. 4시에 일어났으니. (어제는 1시 반에 일어났다)
여행을 가장 좋아해서 그리고 언젠가 나도 여행기를 써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여행작가 아카데미 수업도 들어보았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글쓰기 수업은 나에게 좀 고리타분했다. 나는 상자에 가둬놓고 시키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빨간 볼펜으로 내 글을 하나하나 수정해 놓은 정성에 감탄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서 글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든 건 때가 있고 그때가 되면 내가 젊은 날 그렇게 노력을 해도 안 되던 것이 그냥 되는 걸 여러 번 경험한 나는 오늘 새벽에 문득 글쓰기도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에 나는 돈을 벌면 여행하고 또 돈을 벌면 여행을 하다 보니 모아둔 돈이 없었다. 그리고 외국에서 6년간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와 보니 어느 듯 삼십 대 초반이었다.(초중반이 더 맞겠다) 그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악착같이 일을 했다. 돈을 모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조금씩 모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내가 숨을 쉬면서 살아야 하는 게 먼저라 콧구멍에 바람 넣은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음을 먹고 일 년 반을 넘게 꼬박 일만 하다 보니 병이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주사를 맞았고 근육 마디마디가 다 아팠고 하물며 머리카락까지 빠져 버렸다. 결국 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사장님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회사에서 장기 여행을 제안했고 나에게는 그게 답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이래서 휴식이라는 게 필요하구나!
그걸 몸소(몸을 버려가면서) 경험한 후부터는 일 년에 두 번씩(보통 봄, 가을) 장기 휴가(2주)를 꼬박꼬박 가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풀고 새로운 곳에서 신선한 에너지를 채어와서 다음 여행 때까지 일에 정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20여 년을 꾸준히 혼자서 여행을 하게 되었고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도 많이 경험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런게 쌓여 나는 어느새 추억 부자가 되어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그 추억들이 하나씩 툭툭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의 경험이 현재의 삶과 이어져 그걸 쓰다 보면 한 편의 글이 되었다.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내용 중 두 번째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결국 모든 건 이어진다는 거였지? 이 연설 내용이 너무 맘에 들어 출근할 때마다 외울 정도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살아보니 그 말은 진리였고 나에게 늘 일어나고 있었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거였다.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책임감과 누가 보고서 같은 내 글을 읽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몇 달을 브런치 작가 신청도 못하고 혼자 끄적끄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브런치 선배님인 친한 동생의 도움으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젠 요즘엔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게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내 브런치 스승님에게 무한 감사를.(프로필을 공유하고 싶은데 내 능력은 이것 밖에 안 되네)
https://brunch.co.kr/@erinandyou
책을 내고 글을 잘 쓰시는 많은 분들이 내게 조언을 해 주셨다. 목차를 정하고 소제목을 정한 후 글을 쓰면 좋다고. 그러면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고.
그런데 나는 그게 잘 안 되었다.
그냥 문득 생각나는 게 있으면 제목 없이 일단 썼다. 쓰다 보면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있고 내용이 짬뽕이 되는 것도 있었다.(많았다) 그러다 가끔은 말도 안 되게 술술술 써지는 것도 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제목이 마지막에도 유효한 적은 몇 번 없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글을 몇 번 읽고 나면 제목이 확실해졌다. 어찌 보면 글 쓰는 방식이 거꾸로일 수도 있다. 근데 이제 알았다.
글 쓰는 방식도 꼭 나를 닮았구나.
틀에 가두면 오히려 잘하는 것도 힘 빠져서 못하게 되는 나를 꼭 닮았다고. 나는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 보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맞춰진 틀에서 살아야 하는 한국 사회가 좀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결혼도 적령기(?)를 훌쩍 넘겼고 그래서 집에서 내 맘대로 이것저것 시도 다 해 볼 수 있는 자가격리 기간이 지루하지가 않다.(이건 맞는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가장 좋아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얘기했다.
자유!
다시 자러 가려다가 이 생각이 갑자기 나는 바람에 제목 없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런 자유가 나는 참 좋다. 그런데 계획하지 않고 글을 쓰다 보니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걸 최근에 지난 글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래서 순서를 정해 놓고 글을 쓰는 게 맞는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냥 내 스타일대로 계속 글을 쓰는 게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나는 대로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순서가 맞춰질 테고 내용도 자연스레 정리되겠지. 그때가 되면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도 자연스레 이뤄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뭐든 꾸준하게 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