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날이 다가오면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흘러갔다. 이 시간은 단순히 불안만 가득한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감사들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보내주는 따뜻한 관심과 기도에 마음 깊이 감사했고,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깨닫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었는데, 정작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구나. 불확실함과 걱정이 뒤섞여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그래도 매일을 힘껏 살아내려는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수술 전 감염을 막기 위해 집 안에서도 늘 마스크를 착용하며 조심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
식사도 따로 방에서 ‘룸서비스’처럼 준비해 가져다주면,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머쓱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본인 때문에 고생한다는 말을 하는 남편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자주 안아주던 남편이 학교를 가기 시작한 아이들과의 접촉조차 조심스럽게 멀리하는 모습이 너무 애틋하게 다가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만약을 대비하지 않으면 수술이 연기되고, 지금의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호주로 돌아가는 일도 계속 미뤄질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외출할 때마다 남편을 두고 나와야 하는 상황 역시 마음 한켠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에 오면 늘 함께 즐기던 순간들만 생각나서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나보다.
남편이 곧 수술을 앞두고 있고 이후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만큼 나 역시 내 건강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술 일주일 전 종합검진을 받았다. 대장내시경도 포함된 검사였는데, 금식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니 “하루 못 먹는 것도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검사가 끝나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고 나서 배탈이 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그 밤,
남편의 아픔, 고통에 대해 더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도 이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힘든 날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저릿해졌다.
남편은 수술과 회복을 위해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나는 보호자로서 병원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시어머니께서 돌봐 주시는데 아이들에게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너무 사실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됐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미화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그러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조심스럽게 전했다.
“아빠 배 속에 나쁜 세균이 있어서 그걸 없애려면 수술을 받아야 해.
엄마 아빠는 일주일간 병원에 있을 거고, 너희는 할머니랑 지낼 거야. 매일매일 언제든 엄마 아빠에게 전화할 수 있어. ”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날들,
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모두 뒤섞인 요즘이지만,
가족이 서로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단단하고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