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수술 (복강경)
수술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오전 수술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남편의 수술은 오후 2시로 예정되었다.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병실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1시 30분쯤, 간호사 선생님이 “이송원님이 곧 오십니다”라고 알려주셨을 때 한참 동안은 담당자분 이름이 ‘이송원’이라는 줄 알았고 나중에 잘못 이해한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났다. 긴장된 순간 잠깐 미소 짓는 시간이었다. 이송을 도와주시는 '이송원'님이 오셔서 휠체어에 앉은 남편과 함께 수술실 앞까지 내려갔다. 수술실 입구까지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이송요원이 “잠깐 인사 나누세요”라며 짧은 인사시간을 주셨다. 그 1분 동안 많은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조용히 남편의 손을 잡고 “잘 받고 나와. 걱정하지 말고”라고 전했다. 짧지만 마음을 담은 인사였다. 수술실로 남편을 보내는 상황을 머릿속에 여러 번 그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상상하곤 했는데 정작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길이 너무 짧았고 슬퍼하고 걱정할 틈도 없이 남편과 인사해야 했다.
남편이 수술실 안으로 사라진 뒤, 텅 빈자리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속을 가득 채운 긴장과 걱정을 달래며,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보호자는 수술 상황을 문자로 받는다고 했기에 앉을자리도 없이 가득 찬 대기공간에서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병실에서 기다리는 게 가장 좋다고 안내받기는 했지만 먼저 나는 조용한 곳을 찾아 병원 지하 3층에 있는 기독교실로 향했다. 작은 기도실 안에서는 모두가 말없이 각자의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나도 그곳에서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남편을 생각하며, 수술이 잘 끝나기를, 통증이 덜하기를, 회복이 순조롭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뒤에는 암치유센터로 이동했다. 그곳은 암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심리상담사, 영양사 등 전무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고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치료’를 넘어 ‘삶’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거기서 암환자를 위한 요리책을 읽기도 하고, 다양한 소책자들을 챙겨 남편의 회복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숙지했다. 나에게는 보호자로서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수술이 끝나면 오늘 오후에는 저녁을 챙겨 먹기는 힘들 수도 있으니 뭐라도 간단히 요기를 해야겠다 생각해서 보호자 휴식 공간에 앉아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술실 상담실 1번 방으로 오세요.” 갑작스러운 호출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상담실에 들어서자 수술을 집도하신 교수님이 밝은 얼굴로 들어오셨다. 수술은 잘 끝났고, 절제 범위도 예상보다 작아 회복이 빠를 거라는 설명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회복이 끝나면 병실로 올라오니 병실에서 기다리시는게 좋다고 안내받았기에 상담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화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상담실에 앉아있는 그 시간은 극도의 긴장감이 있는 시간이었다.
남편은 복강경으로 위 부분절제술을 받았다. 위의 아래쪽 약 45%를 절제하고, 남은 위와 십이지장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여러 수술 방법 중에서도 이 방식이 소화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방법이라고 했다.
병실에 올라와 기다리니 남편을 이송하는 침대가 도착했다. 마취 때문에 계속해서 환자를 깨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는데 남편은 눈을 크게 뜨고 따뜻하게 날 바라보며 엄지 척! 을 해주었다. 수술받고 나온 사람 같지 않게 강한 모습으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난 남편을 보며 역시 내 남편! 하며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병실로 돌아온 남편 곁을 지키며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스스로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제를 조절할 수 있는 자가통증조절기가 있어, 통증이 심해질 때마다 버튼을 눌러 사용할 수 있었다. 수술 부위에는 복대를 착용했는데, 복대는 수술 부위의 통증을 줄이고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수술 후 한 달 정도는 계속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은 어제 연습한 호흡 운동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자기 전까지도 1시간에 20회 정도 심호흡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전신마취 후에는 폐활량이 줄어들면서 무기폐나 폐렴 같은 폐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심호흡이 필수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수술 후 오랜 시간 누워 있게 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다리에는 공기압 장비를 착용하고 계속 켜 두어야 했다. 장비가 주기적으로 다리를 압박하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처음 겪는 보호자의 역할은 낯설고 긴장이 되었지만, 남편이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해 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마음은 오히려 단단한 믿음과 고마움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나갔다. 수술이라는 큰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나니, 불안과 긴장으로 얼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고요한 병원 복도, 간절한 기도, 정성스러운 설명 하나하나가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조용히 견뎌준 남편에게 고마웠고, 그 곁을 지킨 내 마음도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