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수술 후, 조금씩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

by 꿈꾸는자

남편이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병실로 돌아온 어제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회복의 시간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강조된 건 호흡운동이었다. 마취가 완전히 풀리기 전부터 계속해서 깊은숨을 쉬어야 했고, 나는 보호자로서 남편의 등을 두드리며 그 과정을 함께했다.


특히 남편은 배에 힘을 주며 억지로 기침을 해야 하는 걸 가장 힘들어했다. 상처 부위를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목으로만 소리를 내며 기침을 시도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왔다. 그럴 때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찾아와 자세를 바꿔주며 여러 번 도와주셨다. 말없이 드러나는 고통 속에서도 남편은 묵묵히 회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기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지 미열이 계속 올라 걱정이 되었지만, 같은 병실에 계신 어르신이 “그래도 젊어서 회복이 빠르다”며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본인도 3시간 가까이에 걸친 수술을 받으셨고, 이전 환자도 2시간가량 수술을 받았는데 남편은 1시간 남짓 만에 수술을 마친 걸 보면 잘 된 거라며 칭찬까지 덧붙여 주셨다. 본인도 여전히 회복 중이신데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시니, 보호자인 나로서는 참으로 감사했고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보통은 수술 후 소변줄이나 배액관(피주머니)을 달고 병실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지만, 남편은 그 두 가지 없이 돌아왔다. 겉보기에 덜 불편해 보여 다행이었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소변을 해결해야 했기에 심리적, 신체적으로 부담이 컸다.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서서 통에다 소변을 봐야 했고, 커튼이 쳐져 있다 하더라도 옆 병상에 다른 환자와 보호자가 있는 상황은 무척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그날 밤, 남편은 소변 문제로 밤새 고생했고, 옆 침대 어르신의 코 고는 소리까지 겹쳐져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보였다. 미열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엑스레이 결과 다행히 폐는 잘 펴져 있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흡운동을 멈추지 않고 시간마다 함께 체크해 가며 도왔다.


회복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욕창 예방이었다. 수술 직후 움직임이 제한되고 진통제의 영향으로 감각도 무뎌진 상태에서는,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누워 있으면 피부가 눌리고 쓸려 욕창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자세 변경용 베개를 제공했고, 나는 2시간마다 남편의 자세를 바꾸며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받쳐주었다. 수술 후 욕창은 회복이 더디다고 하니, 이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수술 다음 날 아침까지는 다리를 살짝 올리고, 상체를 비스듬히 세운 채 앉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고, 밤에도 눕지 못하고 그 자세로 잠을 청해야 했다. 딱딱한 병원 침대 위에서 등을 대고 편히 누워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괜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남편은 묵묵히 견디고 있었고, 나는 그런 남편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회복 초기 이틀은 특히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시간이었다. 계속되는 미열과 불편함, 식사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 불안감이 커졌지만, 다행히 3일 차에 접어들며 남편의 표정도 조금씩 편안해지고, 회복도 점차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나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식사 역시 매우 천천히 진행됐다. 첫날은 금식, 둘째 날은 물 50cc (이 적은 양도 몸의 반응을 살펴가며 10분 동안 천천히 마시는 연습을 해야 했다), 이후 미음과 죽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식사로 신중히 몸을 적응시켜야 했다. 가스(방귀)나 대변이 나오면 반드시 간호사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에, 우리는 매 순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기다렸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병동 복도는 회복을 위한 공간이었다. 수술 후 환자들이 복대를 착용하고 링거를 든 채로 천천히 걷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처음엔 힘없이 걷던 분들이 며칠 사이 눈에 띄게 회복되어 씩씩하게 복도를 걷는 걸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그분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저마다 어떤 사연을 안고 이곳에 왔을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하며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입원 첫날, 모든 게 낯설고 불확실했던 시기에 남편은 “나도 빨리 수술하고 저분들처럼 복대 차고 저 복도를 걷고 싶다”라고 했다. 결국 남편이 천천히 복도를 걷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장면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싶었다. 수술 직후 어렵게 한 발자국을 떼던 날부터, 점점 힘 있게 걸음을 내딛는 날까지, 회복되어 가는 작은 변화들이 나에겐 큰 감사였다.


보통 교수님의 회진은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곧 교수님 오십니다”라고 알려주면, 그때부터 미리 준비한 궁금한 점들을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정리하며 기다리게 된다. 평소에도 의사라는 직업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수술 직후 피곤한 얼굴로도 수술 모자를 쓴 채 병실을 도는 교수님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경외심이 느껴졌다. 남편을 무사히 회복 중인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주신 그 손길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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