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부부로서, 다시 마주 앉은 시간

암병동에서의 일주일

by 꿈꾸는자

어린아이들을 키운 지난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가족 한 명 없는 퍼스 땅에서 살아가며 남편과 단둘이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 싸우는 소리, 우는 소리, 웃는 소리... 그 어떤 소리도 없는 이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남편에게 집중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귀한 순간인지 새삼 느낀다.


물론 병원에 있는 동안 잠자리도 불편하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점들이 있다. 그래도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병동 복도를 함께 걷고, 필요할 때 내 손을 빌려주고 도와주는 일들—얼굴을 씻겨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그런 시간들이—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스탑 사인’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열심히 살아가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 파트너’로 지냈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아내, 부부로서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대화를 해본 지 오래였고, 늘 아이들이 대화의 중심에 있었으며, 일상과 육아에 지쳐 있을 때가 많았다.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 다니며 속마음을 나누는 시간—아마 신혼 이후로 거의 가져보지 못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며, 물론 아이들이 보고 싶지만 아이들이 할머니를 잘 따르고 좋아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오롯이 남편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재미있게 잘 지내는 모습에 큰 걱정 없이 마음 놓을 수 있었다. 보고 싶다고 울거나 떼쓰는 나이는 지난 걸까. “엄마 아빠 보고 싶다”는 말도 딱히 하지 않아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 뻔했지만, 그래도 참 다행이다 싶었고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갑작스럽게 호주에서 짐을 싸서 한국에 왔고, 낯선 한국 학교에 다니게 됐고, 아빠가 수술을 하며 엄마 아빠가 일주일간 집을 비우게 된 이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호주에 있을 때 우리는 언제나 네 식구가 함께 붙어 있었다. 감사하게도 남편 출근 시간이 아이들 등교 시간보다 늦어, 늘 아침과 저녁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했고, 참 많은 시간을 가족이 함께 보냈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 이번 시간은 특별한 쉼표였다.


아이들에겐 어떤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에겐 오래 기억될 소중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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