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퇴원 그리고 새로운 적응기

by 꿈꾸는자

병원에 입원한 날이 마침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지만, 병실에서 별다른 기념 없이 조용히 그날을 보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번 한 주는 그 어떤 축하보다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눈을 맞추고, 서로의 마음에 조금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던 날들. 아이들 없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함께 보낸 시간이 오히려 우리 부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운 좋게도 병실은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큰 창가 자리였고, 옆 병상의 어르신이 먼저 퇴원하신 뒤로는 며칠간 마치 1인실처럼 우리만의 공간이 되었다. 조용한 병실, 산 너머로 퍼지는 햇살, 때론 비, 그리고 나란히 남편의 속도에 맞춰 걷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우리 결혼기념일의 작은 선물 같았다.


일주일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 수속 후 병원을 나서면서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현실로 돌아가는 긴장감도 함께 느껴졌다. 일주일 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이들 걱정이 많이 됐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지내주었고, 심지어 엄마 아빠를 별로 찾지도 않아서 다행스럽기도 했고, 살짝 섭섭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식사 준비였다. 수술 후 회복기에 맞춰 6끼를 이유식처럼 소량씩, 자주 챙겨줘야 했기에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조리할지부터 고민이었다. 온라인에서 수많은 정보를 검색해 보다가 결국 병원에서 받은 안내 책자의 간단한 설명대로 차근차근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편의 몸은 아직 회복 중이니,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일과 식사 준비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하루하루 나의 책임감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졌고, 남편이 평소에 해왔던 소소한 역할들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작고 소중한 일상들이 얼마나 많은 짐을 덜어주었는지, 몸으로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작아진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기에 식사는 정말 조심스러웠다. 복통,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덤핑증후군을 피하기 위해 식사 시간은 30분, 천천히 꼭꼭 씹어야 했고, 식사 후에는 꼭 30분간 휴식을 취한 뒤 가볍게 걷는 것이 원칙이었다. 성실하고 철저한 남편은 시계에 타이머를 설정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천천히 먹고 쉬고, 걷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아이들 등교 시간에 맞춰 산책도 하고 싶고, 바깥공기를 쐬며 기분 전환도 하고 싶지만, 남편의 식사시간이 조금이라도 엇갈리게 되면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 또, 외출을 하더라도 다음 끼니에 맞춰 서둘러 돌아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루에 6끼. 식사 시간이 30분이니, 식사 준비와 휴식까지 고려하면 한 끼를 마치고 나서 휴식 후 조금 걷고 돌아오면 다시 다음 끼니가 돌아오는 셈이었다. 준비하는 나도, 먹는 남편도 지칠 수밖에 없는 반복되는 하루였지만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남편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도 나에게 기쁨의 시간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후에는 함께 걷고, 때론 남편이 힘들어할 땐 조용히 곁을 지키는 것으로 내 마음을 전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함께 나누는 이 시간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임을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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