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던,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서울삼성병원을 다시 찾았다. 퇴원 당시 예약해 두었던 첫 외래 진료 날. 수술해 주신 교수님을 다시 만나, 회복 상태를 확인하고 최종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 자리였다. 퇴원한 지 3주, 그동안 회복에 집중했던 우리는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병원에 들어섰다.
남편은 처음 위암 진단을 받은 위내시경 조직검사에서 반지세포암(Signet-ring cell carcinoma)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받았었다. 수술 후 최종 조직검사에서는 암의 80%가 저응집암(Poorly cohesive carcinoma, NOS), 나머지 20%가 반지세포암으로 진단되었다. 여기서 NOS는 ‘Not Otherwise Specified’의 약자로, 더 구체적인 형태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형을 의미한다.
저응집암은 암세포들이 서로 뭉치지 않고 흩어지듯 자라는 특성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고 조기 발견이 어려운 유형이다. 남편의 경우 전체 암세포 중 80%는 이름이 붙지 않은 일반형 저응집암이었고, 나머지 20%는 저응집암의 하위 유형인 반지세포암이었다.
수술 후 확인된 병기는 위암 1B.
1기이긴 하지만 암이 위의 근육층까지 침범한 진행성 위암이었다. 다행히도 림프절 전이나 혈관·신경 침범 없이 깨끗이 절제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재발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했을 때, 교수님은 “깨끗하게 제거돼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몸 관리 잘하시고,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만 받으시면 됩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셨다. 걱정과 긴장 속에 병원에 들어선 탓에, 오히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건넨 교수님의 긍정적인 답변이 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그제서야 마음 깊은 곳에서 긴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6개월 후 외래 일정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호주로 돌아가 추적검사를 받을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호주에서는 위암 환자가 적어 희귀암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할 것 같았다. 위암 환자가 많은 한국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1년이 지나면 이후 4년간은 1년에 한 번 검사만 받으면 되니, 겸사겸사 가족들 만나러 나오는 일정에 맞춰 진행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일요일에 퇴원했기 때문에 퇴원 전 이틀은 매우 조용한 병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처음 입원하던 날 암 환자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붐볐던 진료 공간의 기억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병원은 여전히 북적였고,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가득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특히 남편처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은 이들을 보며 우리도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정과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당분간 삼성서울병원은 안녕.
6개월 뒤에도, 1년 뒤에도,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결과만을 전해주기를 마음 깊이 바라며 병원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