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옷으로 성소수자 청소년들 지지하기
Wear It Purple Day,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일 거다. 이 날은 호주에서 매년 8월 마지막 금요일에 열리는 행사로, 보라색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며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네가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날이다. 단순히 보라색을 입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무겁고 절실한 이야기가 깔려 있다.
이 운동은 2010년, 시드니의 고등학생 Katherine Hudson과 대학생 Scott Williams가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호주와 미국에서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따돌림, 괴롭힘, 가족 내 거부감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었다. 특히 2010년 미국에서 Tyler Clementi라는 대학생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 다른 사람에 의해 허락 없이 공개되는 ‘아웃팅’과 괴롭힘 끝에 자살한 사건은 큰 충격을 주었다. 두 학생은 더 이상 이런 비극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청소년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 떠올린 것이 ‘보라색’이었다. 무지개 깃발에서 보라색은 공동체의 자긍심(spirit)을 의미한다. 이 운동을 시작한 두 사람은 학생들이 보라색 옷을 입고 사진을 올리거나 함께 모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첫 번째 Wear It Purple Day가 2010년 8월에 열렸고, 호주 내 일부 학교와 단체에서 소규모로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메시지의 단순함과 상징성 덕분에 곧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학생들은 보라색 티셔츠와 팔찌를 착용했고, SNS에는 “I support”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사진들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지금은 이 날이 호주 전역의 학교, 직장, 공공기관에서 함께 기념하는 전국적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보라색을 입고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한 포스터 전시, 토론, 워크숍이 열린다. 직장과 지자체는 건물에 보라색 조명을 켜거나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지지를 표한다. 상담사나 교사들은 보라색 리본이나 배지를 달고 학생들에게 “여기서는 네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Wear It Purple Day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청소년들에게 실제로 지지받고 있다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행사를 둘러싼 논쟁도 존재한다. 일부 보수적인 단체나 종교계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보라색을 입으라”는 압박을 느꼈다며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반면 지지하는 쪽에서는 청소년들이 차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 현실에서, 이런 상징적 캠페인이 정신적 안전망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이며, Wear It Purple Day는 그 자체로 사회가 성소수자 청소년을 지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중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여러 표현들 중 Rainbow young people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했는데 직접적으로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와 인상적이었다. 성소수자를 향한 지지를 말할 때 관련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표현은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또한 보라색처럼 하나의 색을 입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작은 상징 하나가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에 내 편이 있다”는 커다란 지지의 신호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방식이 성소수자 지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소수자들을 지지할 때도 색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연대의 방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ear It Purple Day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처럼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Wear it Purple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