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는 말(name calling) 등 비타협적 행동 다루기
육아를 하다 보면 때로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행동(non-negotiable behavior)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리고 혼내기는 했지만, 그다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특히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 주는 것은 잘 하지만 행동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거나 명확한 지도를 하지 못하는 허용적 부모(permissive) 유형이라면 이러한 고민이 더 많아진다.
성장기 아이들은 배우는 것도 많고 아직 서툰 부분도 많아, 자연스럽게 부딪히는 일도 자주 생긴다. 아이의 부족한 점은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가족 안에서는 부모와 아이 모두가 지켜야 할 비타협적(Non-negotiable) 규칙이 반드시 있다. 호주에서 많이 교육하는 Triple P(Positive Parenting Program)나 Tuning in to Kids 같은 국제 공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칙은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하고 가족 간 관계가 존중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다(name calling)”는 규칙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name calling은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비하하거나 놀리는 말, 예를 들어 “바보야”, “멍청이”, “못생겼어”, “뚱뚱해”와 같은 표현들을 포함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실제로 상대에게 상처가 되므로 가정에서부터 명확히 금지되어야 한다.
부모는 이러한 규칙을 단순히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형제간 다툼에서 “멍청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부모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즉시 멈추게 한 뒤, 왜 그런 말이 문제가 되는지 차분히 설명한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그 말로 인한 결과(consequence)를 연결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친구나 형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을 경우, 잠시 혼자 마음을 정리하게 하거나 놀이 시간, 게임/TV 시간을 잠시 미루는 식으로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Tuning in to Kids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학습의 기회로 활용하도록 안내한다. 즉,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대안 행동을 연습하도록 할 수 있다. 아이가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직접 공격적인 말을 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는 ‘나 지금 속상해’라고 말해보자” 혹은 “친구가 내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는 ‘이거 내 거야, 돌려줄래?’라고 말하자”와 같이 구체적인 문장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Triple P에서는 이런 연습을 역할극(role play)이나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여, 아이가 재미있게 배우면서 행동 변화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부모가 일관성을 유지하며 규칙을 지키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규칙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형제에게 친절한 말을 사용했을 때, “동생에게 좋은 말을 해주어서 기쁘다”라고 칭찬하거나 작은 스티커나 포인트를 주어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하지 말라’는 지시보다, 아이가 스스로 바람직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가 명확한 규칙, 구체적인 결과, 대안 행동을 함께 제시하며 아이가 안전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상처 주는 말(name calling)뿐 아니라, 폭력, 물건 던지기 등 모든 비타협적 행동에 대해 명확히 원칙을 세우고, 구체적인 결과와 대안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접근법을 꾸준히 실천하면, 아이는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되어 사회에서도 적용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이러한 교육은 부모나 아이의 감정이 격할 때가 아니라, 평온한 상태에서 차분하게 지도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