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9짜리 식탁의 28%만 구매하기.
미국에서 운전이란 선택과목이 아니다.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렇기에 당장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의 학교에 등록한 아이들의 등교를 위해서는
내가 끌고 다닐 차량이 필요했다.
나랑 남편은 원래도 네고, 즉 깎는 행위를 못한다.
그냥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재래시장에서도 그냥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기 일쑤다.
그렇기에 그냥 정가가 정해져 있는 곳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코스트코, 월마트 등 마트에서도 ‘프라이스 매치‘가 되는 그런 곳이지 않는가.
프라이스 매치란, 내가 이 마트에서 본 가격보다 온라인상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정책이다.
(물론 나는 이걸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차량을 구입할 때도 거의 20%가 넘는 가격을 깎았었다.
두어 번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네고의 정석이라는 밀당을 좀 하자 20%가 깎이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미국은 집에 손님을 많이 초대한다.
나는 사실 미국이랑 상관없이 그냥 누구든 집에 초대해서 즐기는 문화를 지닌 집안에서 자랐다.
그랬기에 항상 식탁도 컸고 주방도 컸다.
근데 한국에서 20평대 아파트에 가까스로 맞춘 식탁은 당연히 미국 집엔 턱없이 작았다.
(다만 우리 넷이 쓸 땐 너무 아늑하고 좋았지)
우리 집에서 할로윈 파티도 했고,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야드에서 사용하는 테이블을 닦고 옮기고…
그 외에도 사실 집에 가족들이 방문하거나 친구들이 방문할 때마다 식탁이 좁아서 음식을 대접하는 입장에서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자 코팅이 다 벗겨져서 앉았다가 일어날 때마다 의자에서 비듬이 잔뜩 떨어지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
그래서 식탁을 넓히고 의자도 새로 사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남편이 ‘ㅇㅇㅇ 매장 문 닫는다고 했는데 구경이나 가볼까?’해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폐업 매장에 들어갔다.
식탁이 마음에 들면 의자가 4세트뿐이고,
의자가 마음에 쏙 들면 식탁이 지금 식탁과 전혀 크기적인 측면에서 메리트가 없고
거의 한 시간을 그 매장에서 왔다 갔다 고민의 고민을 했다.
1번. 식탁은 지금 식탁 대비 딱 10센티만 커지나 의자 6세트까지 총 549달러.(원래 적힌 가격은 $1,099)
- 식탁이 마음에 안 들어, 의자만 살 수 있으면 사고 그거 아니면 패스.
2번. 식탁도 의자도 마음에 들지만(6~8인용 식탁) $2,499라니.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잖아.
이 식탁 세트가 너무 탐나서 남편이랑 몇 번의 핑퐁을 했다.
얼마면 살래?
얼마까지 불러볼까?
우리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걸 담당 직원도 느꼈는지,
정말 택도 없는 가격을 불러봤다.
$700.
$700에 해주면 살게 바로.
$1,099가 $549가 되니까 아, 반정도로 깎으면 되는구나~했는데,
이런 식으로 막 깎아본 적 없는데,
미친 척 한번 불러봤다.
결과는?
그렇게 식탁 원가의 28%를 내고 구입했다는 것.
문제는 네고 후 그 식탁과 의자를 운반하는 것이었는데,
미국은 Home Depot나 Uhaul과 같은 업체에서 픽업트럭, 이사 트럭 등을 빌려준다.
일요일에 구입을 한 거라 당장 렌트 가능한 트럭이 없어서 돌아오는 주에 찾으러 가기로 하고
집에 와서 트럭도 렌트했다.
식탁이 700불인데 운반 비용이 150~80불 정도 드는 형상이긴 하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미국은 네고해서 되지 않는 일이 없다고.
연봉 협상도 핑퐁이고, 차량 구입도, 가구도.
더 간절한 쪽이 꼬리 내리겠지.
우리가 사려던 차도 27일간 그 매장에 재고로 있어서 해당 월 내로 치워버리고 싶었던 차였다.
그렇기에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번 식탁도 어차피 13일 있다가 폐업할 매장이라 나한테 700달러라도 받지 않으면
폐기물이 될지 어딘가에 기부될지 모를 일인데.
어디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땐 한 번쯤 이렇게 불편한 마음을 모르 척하고 질러보는 것도 어떨까.
매일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는 이 낯선 느낌이 이방인의 느낌일까.
에이 뭐 어때, 어차피 다시 안 볼 사이인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