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백수가 과로사하는 법이야

과로사할 뻔한 좌충우돌 미국 공립학교 전학부터 첫해 year-end까지

by LindAra

미국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여름 방학.

이쯤 해서 첫여름 방학 때의 우리 식구를 한번 떠올려 봐야겠다.


가족 구성원 : 네 명(부부와 남매)

사내부부였던 우리지만, 이제는 주재원 당사자와 비자마저 그 주재원에서 종속된 우리 셋.

이 미국 비자라는 것이 수평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부부의 관계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이자, 처음으로 누군가를 내조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시기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그럼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 네 식구가 지금 이 자리에 자리 잡기까지의 일정을 한번 더듬어 봐야겠다.


1월 1일 발령이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던 날 마포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 울고불고하던 아이들.

아이들은 그렇게 눈물로 인청 공항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삼겹살 4인분과 물냉면 그리고 된장찌개로 아빠와의 이별을 잊었다.

우리는 아빠가 떠난 16일 뒤 1월 17일에 미국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입국 심사에서 여러 개의 질문을 받고, 남편이 여기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입국장 문 앞에서 16일 만에 우리 가족은 다시 합체되었다.

남편은 왜 그렇게 급하게 들어오냐 했지만(대체로 다른 주재원들은 한 달 혹은 두 달 정도의 시기를 두고 주재원 당사자가 적응을 마쳤다고 생각할 즈음에 가족들이 입국한다고 한다)

학기가 6월 초에 끝나는 산호세의 경우 하루라도 학교를 빨리 보내야 애들이 적응을 잘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리해서 일찍 입국했다.

그렇기에 집 계약, 수도, 가스, 전기 연결 등의 세팅을 남편이 마친 후

가족이 탈 차 계약부터 나머지 세팅은 남편과 함께 진행했다.

(SSN 발급, 운전면허 발급 등)


그렇게 1월 17일에 낯선 땅에 발을 내딘 우리의 가장 시급한 일은 아이들의 학교 등록이었다.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 3가지(집 계약서, 주소가 표기되어 있는 은행 계좌 상세 내역, 그리고 와이파이 계약서 세 가지를 등록했다), 아이들의 TB test(결핵 검사), Visa status(여권 상 비자 페이지) 세 가지 서류를 가지고 우리 집 주소에 맞는 학교에 학생 등록을 요청하였다.


그렇게 1월 31일 드디어 백수 청산,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 중 가능한 모든 발룬티어를 하기로 마음먹은 첫 해이기에

일 년 간 참여했던 발룬티어와 산호세 기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의 2월~6월 학기말까지의 학기 일정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1) 2월

2월 셋째 주 Ski break.

사실은 President week지만 대체로 스키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시기에 여기 사람들이 타호나 근교 산맥으로 스키 타러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키를 좋아하는 나지만 아직은 미국 적응이 먼저고, 미국의 스키장 리프트 가격을 보고 놀라서

아이들을 영어에 노출하고자 근처 커뮤니티 센터에 있는 gymnastic camp에 등록해서 오전 오후 시간을 보냈다.

영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던 때라 짐네스틱 코치의 말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던 시기다.


*캠프 : 일주일 단위로 매일 하는 프로그램으로 커뮤니티 센터나 각종 학원에서 스프링 브레이크, 스키 브레이크 등 방학 시즌 혹은 학교가 쉬는 시기 진행함


2) 3월

학부모 상담 주간이다.

아직 아무것도 적응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교실 행실에 대해 들을 수 있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을 3 학기로 나누어 진행한다.(어떤 학교는 2학기제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때 행해지는 상담이 가장 마지막 상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상담 주간 내내 1:15에 마친다.



3) 4월

4월 둘째 주. spring break.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때도 여행을 다닌다.

우리 학교는 이즈음부터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을 걷거나 뛰는 마일리지 클럽이라는 게 있는데 한 시간씩 가서 매주 화목 발룬티어를 했다.

아이들 학교의 점심시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놀고 무엇을 먹는지 등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엄마아~~ 하고 달려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충전되는 시간이었다.

또 4월에 필드트립, 즉 견학도 많이 간다.

미국은 학교에서 외부로 아이들을 대동해서 나가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샤프론이라는 것을 모집한다.

담임 선생님이 혼자서 20명이 넘는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에 학부모 발룬티어가 1:5~6 정도의 아이를 맡아 견학 때 인솔한다.

또 워커톤, Walk-a-thon이라는 학기 중 가장 큰 행사가 개최된다.

마라톤의 걷는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 와서 보니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데,

그렇기에 이러한 행사 또한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회와는 또 다른 행사이지만 결은 비슷하다.

각 학년 별로 색이 다른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학교 field를 걷거나 뛴다.

행사가 끝나면 친구들끼리 워커톤 티셔츠에 서명을 하기도 하고 그날의 기억을 남긴다.



*샤프론 : 인솔교사의 개념으로 필드트립 때 따라가는데 선생님 혼자 20명 넘는 아이들을 다 관리하지 못하니 4~6명 정도 그룹을 지어서 각 샤프론에게 맡긴다.

그러면 아이들 화장실 가는 거, 무리에서 이탈하나 보고 또 아이들 점심을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강행군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샤프론 지원할 사람에게는 백팩과 편한 신발 필수이다.



4) 5월

여느 일의 마지막이 항상 그렇듯, 남은 예산도 써야 하고 정해진 행사는 해야 하기에

5월이 되면 학교에도 각종 행사가 막 몰아치기 시작한다.

연말에 보도블록 공사하듯.

어떤 학년은 필드트립을 한번 더 가기도 하고, 어떤 학년은 county fair를 하고,

그 해에 읽은 책을 바탕으로 각종 액티비티도 하고.

또 1년 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선생님 감사 주간이 있다.

감사 주간의 일정은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5월 둘째 주 정도다.

우리는 스승의 날이 있지만 미국은 일주일을 감사하며 보낸다.

정말 생경했던 것은 새 학년 반이 배정되면 담임 선생님의 취향에 대해 room-mom(학급 대표 엄마)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는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색, 간식, 음료, 기프트 카드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한다 등등.


또 감사 주간의 일주일 스케줄도 나눠준다.


월요일 - 선생님이 좋아하는 색 입고 가기

화요일 - 선생님이 좋아하는 과일 색 옷 입기

수요일 - 선생님에게 꽃 한 송이(아이들이 가져온 꽃으로 부케같이 묶어서 선생님한테 전달)

목요일 - 선생님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기프트카드 드리기

금요일 - 선생님이 좋아하는 디저트 가져가기



감사주간 때 선생님들에게만 감사하는 게 아니다.

스태프들에게도 보은 해야 하기 때문에

스태프들이 원하는 간식을 알려주고

그중 골라서 지원하고(구글 폼으로 품목별로 sign-up 할 수 있음) 해당 요일 시간에 맞춰 정해진 장소에 전달하면 된다.


또 오픈하우스라는 행사도 있다.

이날은 아이들이 지내는 학교와 교실을 들어가서 볼 수 있고

아이들이 일 년간 열심히 활동한 각종 작품도 볼 수 있다.

사일런트 옥션이라고 아이들 미술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굳이 구입 안 해도 오픈하우스가 마치면 집에 다 가져온다.

다만 옥션에 지불한 금액이 학교에 기부되기 때문에 좋은 취지로 참여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아이들 작품에 대한 경매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아이들 학급 사진, 하루 동안 내 아이가 교장 선생님이 되어보기(교장실에서 아침 방송을 했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과 내 아이가 1:!로 점심 식사하기 쿠폰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루 동안 교장 선생님이 되었던 아이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우주대스타 못지않은 스타가 되곤 한다.



이렇게 6월 첫 주까지 아이들도 나도 미국에서의 수많은 '처음'을 잘 마무리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낯설어서,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많이 외롭고 넘어지는 날도 있었지만

툭툭 털고 일어났다.

나 스스로도 백수임에도 과로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아이들도 대견하다.


이제 슬슬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했다는 전제 하에,

나도 내 이름 찾기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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