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켜고 들어와, 내 인생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모르던 습관이 생긴다.
‘좀만 있다가’
‘잠깐만’
이렇게 말하는 습관.
애들은 절대 기다리지 않는다.
뭐 자기들이 시간이야 뭐야, 왜 안 기다려 정말.
거기에 성격이 급한 멀티플레이어인 나는
1) 밥을 하면서
2) 반찬도 두어 개 하고
3) 중간에 설거지도 하고
4) 재료 정리도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이가 나에게 ‘엄마 엄마 엄마’하고 오면 결국 ‘잠깐만’을 외치게 된다.
아이가 가장 많이 들은 나의 말이 ‘잠깐만’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다.
우리는 모두 기다림이 필요한 하루하루를 산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참 잘 못하는 거다.
그래서 차라리 메일로 주고받는 업무적 대화가 훨씬 편안했다.
오해도 없고, 왜 말을 끊느냐는 둥, 왜 너는 내 말을 안 듣느냐는 둥 이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되니까.
미국에서는 그런 걸
“Don’t step on someone’s words”
“You are stepping on your friend’s words”라고 한다.
상대방의 말을 밟는다니.
너무 귀여운 발상이지 않나.
너무 신기한 건 학교에서 저런 말을 사용하니까
아이 둘이 서로 나를 애타게 찾을 때(물론 나는 주로 항상 바쁘다)
서로가 먼저 말하려고 다다다 말을 쏟아낼 때
“No, you are stepping on oo’s words”라고 하면, 서로가 서로를 기다린다.
‘누나가 먼저 말해’, 라거나 ‘아냐, 네가 먼저 말해’ 라거나.
학교에서 배운 규칙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다니.
아직도 먼저 말하려고 서로 우다다 말하지만,
그럴 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Magic Phrase가 있다는 건 참 편리한 일이다.
그러니 세상아, 제발 내 세상에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Don’t step on my 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