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내가 바로 기획 실장이오.

엄마의 기획력을 무시하지 마라.

by LindAra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 읽은 글이었다.

만약 자신이 채용 담당자였다면,

걸그룹 출신을 뽑겠다고.

1. 다이어트 : 가장 무섭다는 식욕과 싸움

2. 월말 평가 : 이미 납기일(?)이 정해진 상태에서 매월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해 연습하는 자신과의 싸움

3. 그 모든 상황을 겪어 낸 후 데뷔를 하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이겨내는 강단.

결국은 그 수많은 싸움 속에서 이겨낸 사람이라면 뽑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채용 담당자라면?

내 회사가 있다면?

그렇다면 엄마를 뽑고 싶다.

경단녀라는 말만 있고 경단남은 왜 없는가.

남녀가 동등한 시작점에서 시작하지 않는 이 사회 속에서

어느 한 곳만이라도 온전히 엄마들만을 위한 어드밴티지가 있어야지 않나 싶다.


엄마들의 기획력은 대단하다.

(대다수의 엄마라고 표현하겠다. 모두가 그렇진 않을 수 있으니)

기획이라는 것은 계획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기획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지만 실제로 기획이라는 어휘가 실생활에서 쓰일 때에는 단순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획은 어떠한 일이 달성될 순간까지 마주하는 수많은 위기관리 능력,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관리 기능을 아우르는 대단한 능력이다.


이게 말이 어렵지 사실 우리 엄마들이 매일 하는 일이다.

학교에 다녀온 애가 눈이 헤롱거리고 기침을 한다.

그럼 엄마의 머릿속에는 온갖 문제들이 등장한다.

(내가 워킹맘이라 워킹맘 기준으로 풀어보겠다)


1. 애가 열은 없나?

2. 열이 있으면 내일 회사는 어떻게 하지?

2-1. 내일까지 마감인 회사 업무가 있던가?

3. 지금 열이 나면 당장 교차복용할 해열제는 집에 있나?

3-1. 없으면 24시간 여는 약국 위치를 알아둬야지

3-2. 남편 퇴근길에 사 오라고 해야겠다. 그는 모를 테니 부루펜 계열인지, 아세트계열인지도 적어줘야지.

4. 소아과 예약해야겠다.

5. 똑닥 가능한 소아과가 없네? 그럼 이비인후과 가야겠다.

6. 목이 부었으면 밥을 넘기기 힘들겠지? 죽을 끓일까.

6-1. 냉장고 속에 죽 끓일 재료가 뭐가 있나 봐야지.

6-2. 재료가 없는데, 시간도 없는데, 배민으로 맵지 않은 걸로 최소 배달 금액만큼 시켜야겠다.(나의 엽떡은 물 건너가겠구나)

7. 아, 오늘 밤도 보초 서야겠네. 넷플릭스 추천작이나 좀 보면서 버텨볼까.

8. 어라?! 체온계 건전지가 없네? 갈아놔야겠다.


여기에서 마주한 문제는 아이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

목표는 아이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

그 과정 속에서 회사와 약국, 병원, 음식 등은 곁가지로 등장하는 1-1, 1-2 같은 단계다.


이렇게 아이를 키워낸 엄마라면, 아이에게 온전히 저런 마음과 시간을 투자한 엄마라면,

경단녀가 아니라 오히려 인정받아야지 않나 싶다.


어디 이런 엄마들 우대해 주는 곳 없나 정말.

회사 기획실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고, 말도 안 되고, 심지어 무보수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삶을 기획해 내는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속상하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 딸이 굳이 결혼이라는 것을,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았으면,

내 아들이 남의 귀한 딸에게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족쇄를 채우지 않았으면 싶다.


수많은 아침 드라마 속에 ‘기획관리실’ 기획실‘ 실장님들이 나오면 다들 남자 주인공급인데 왜 진정한 기획 실장인 우리 엄마들은 세상의 남. 자. 주. 인. 공 급 대우를 받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