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 뒷마당보다 운전대 앞에 앉아있는 수상한 전원생활
내가 상상했던 전원주택 생활은 대략 이랬다.
일단 앞마당 뒷마당에 예쁜 꽃들과 식용 작물들을 키우고
철마다 토마토며 깻잎이며 오렌지, 참외 등을 따먹고
한참 파테크가 유행했던 한국처럼 파는 사 먹을 일 없이 잘 키우고
내가 Green thumb이라도 되는 양 여유로운 그런 느긋한 주부의 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존에서 해먹도 찾아보고 모종삽이랑 가드닝 용품도 찾아보고
비료랑 온갖 씨앗들도 구경 다녔다.
봄이 되면 꽃모종을 잔뜩 사서 마당에 예쁘게 심어 두고,
여름이 되면 가지랑 부추를 직접 키워 먹는.
우리 엄마 아빠가 그런 삶을 살았기에 내가 아는 주택 생활은 그런 거였다.
그러나 이곳에 오기 전 상상했던 생활과 지금의 나의 생활은 비교적 거리가 멀다.
아니 비교적이라고 말하기에도 미안할 만큼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같은 느낌이랄까.
한국에 있을 당시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피 말리게 키우진 않았지만,
(물론 여기저기 라이드 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주말마다 캠핑 다녀야 해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이 한정적이었지만)
그래도 방과 후 학습과 유아체육, 수영 등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점점 학습해야 하는 교육적 학원에 다닐 시기에 미국으로 넘어와서,
사실 우리 애들은 한국에서도 학원 숙제에 허덕이거나 한 적은 없다.
'어머~ 미국 가면 애들은 학원 뺑뺑이 안 돌아도 되겠다'라던 지인들.
자 퉤퉤퉤하세요.
미국도 미국 나름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리콘밸리, 즉, 산호세는 인도인과 중국인, 대만인, 한국인과 같이 이민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여기서 히스패닉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히스패닉과 위에 언급한 사람들과의 삶의 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에 정착해서 사는 아시아인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엔지니어 직종이 많기에 그만큼 자녀들의 교육에도 열정적이다.
특히 인도인이 그렇다.
그래서 인도인 밀집 지역은 각종 과외며, 수학학원이며 온갖 학원들이 즐비하다.
반면 백인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예체능, 특히 체육 활동이 어마어마하다.
여자아이라면 3~4살부터 짐네스틱을 기본적으로 한다.
추후에 아이가 춤을 추던, 치어리딩을 하던,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왜냐하면 기초반 혹은 level 1을 받아주는 나이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9세 막바지에 시작해서 그 아이를 기초반으로 받아주는 gymnastic 학원이 한 군데밖에 없었다.
우리 동네는 여자 축구리그도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에서 여자 축구 리그를 활성화시키면서 동네 리그들도 함께 활기차지고 있다는 게 사회 분위기이다.
중학생즈음 되면 여자 배구와 여자 농구팀이 교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스포츠도 많이 한다.
반면 남자애들은 gymnastic 대신 Ninja라는 활동이 있다.
닌자? 뭐 하자는 건가? 싶겠지만 출발 드림팀을 상상하면 된다.
장애물 넘고 공중제비하고 링에 매달리고 그런 걸 한다.
당연히 축구, 농구, 풋살팀도 다 있다.
남녀가 함께 하는 팀으로는 봄에는 야구(야구는 봄시즌이 제일 크다. 정말 시즌 오프닝과 클로징 행사도 메이저리그처럼 하고, 리그 내에 A, AA, AAA, 메이저로 정말 MLB에서 나누는 데로 리그를 분류한다.
또 여름에는 많은 아이들이 수영팀에 참여한다.(우리 아이들도 동네 수영팀에서 매주 주 4회 연습을 하고 토요일에는 시합에 나가고 있다.)
가을과 겨울이 오면 플래그 풋볼이라고 허리에 깃발을 여러 개 매달고 뛰면서 상대방 선수의 깃발을 뺏는 스포츠 리그가 열린다.
또 겨울에는 근교로 스키캠프를 보내기도 한다.
겨울이 매섭지 않은 캘리포니아라서 사계절 내내 다양한 운동을, 그리고 이 모든 운동을 야외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1년 내내 두 개 이상의 운동을 한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아이 낳고 바로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고 2주도 안된 신생아를 유모차에 태운 채 그 유모차를 밀면서 조깅을 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꿈꾸던 전원생활은 어떻게 되었냐고?
일단 앞마당 잔디에 물이나 주면 다행이다.
사실 처음에는 마당에 스프링클러가 있는지, 어떻게 켜는지 조차 몰라서 잔디를 한번 싹 말려 죽였었다.
뒷마당은? 나가지도 않는다.
뒷마당에 큰 오렌지나무와 작은 복숭아나무가 있지만
그 나무 앞까지 가지도 않는다.
나의 핑계는 이렇다.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이다. I have no time이다.
이 모든 운동 스케줄에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
적어도 보호자가 태워줘야 한다.
이렇게 나의 전원생활은 운전대 앞에 앉아있는 것으로 판명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