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미국의 사교육
이 나라 사람들, 정말 열심히 산다.
앞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미국 사람들은 사교육에 진심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결로 진심이다.
미국에는 '스포츠패런츠'라는 말이 있다.
(사실 '사커맘', '스윔맘', '스포츠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굳이 '맘'만 붙이기 싫어서 나는 '스포츠패런츠'라고 말해야겠다. 나라도 바꿔야지.)
이들은 주중에는 자녀의 운동 연습을 따라다니고, 주말에는 그 자녀의 운동 시합을 나간다.
이렇게 일주일 내내 사교육으로 가득한 정글이다 이곳이 바로.
그런데 이 사교육이, 비싸다. 그리고 느리다.
아주 비싼 트러플 향이 나는 달팽이 같달까?
나같이 잠들기 전 다음날의 스케줄을 분단위로 쪼개사는 사람에게
이런 스피드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아들을 처음으로 닌자 클래스에 등록한 첫 수업.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선 환경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낯을 가리는 아이의 성격 상 쭈뼛거리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누군가가 먼저 자기한테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는 아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미국이다.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가 되어버리는.
그런 아이가 처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쭈뼛거리는 그를 다그쳐서 '저기 매달려! 아니야 이렇게 이렇게 팔에 힘을 주고!' 할 거라고 상상했으나,
응. 안 그래.
우리는 아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릴 거야.
이러면서 나 보란 듯이 느긋하게 군다 모든 코치진이.
내가 지금 이 50분을 위해 왕복 30분 라이드를 하고, 매달 20만 원 가까운 돈을 내는가.
가뜩이나 활화산 같은 내가 터진다.
저 닌자 체육관이 유별나다고.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고?
아니다...
닌자에 이어, 풋살, 야구, 첼로, 기타, 짐네스틱, 수영, 탭댄스 온갖 액티비티를 시켜봤다.
그리고 아직도 시키고 있다.
하나같이 느림보다.
가랑비에 옷 젖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가랑비가 제법 비싸다.
그리고 이 가랑비가 시즌 막바지가 다가오면 학부모들도 같이 홀딱 젖어서
진심으로 아이의 팀을 응원하고 아쉬워한다.
마치 내 아이가 MLB 선수라도 된 듯.
이 느린 달팽이는 근데 절대로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달팽이에게 모터를 달아주기도 하는 것 같다.
Nice try!
Good touch!
라는 말을 아낌없이 내뱉어주면 이 새끼 달팽이들은 그 말들을 거름 삼아 무빙워크에 올라탄 것처럼 갑자기 빨라진다.
내 두 달팽이는 그렇게 칭찬이라는 거름을 잔뜩 밟고
흥이 나서 무빙워크에서 춤을 추며 나아가고 있다.
매번 더 잘하고 싶어하며.
어쩌면 나의 속도보다 빠르게.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