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일기를 쓴다고요?

by 린다

최근 좋은 기회를 통해 아이들 글쓰기 특강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시 쓰기와 일기 쓰기를 중심으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는 과외 경험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내가 오히려 더 많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글쓰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글쓰기를 설명하려니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했다.

특히 일기 쓰기는 내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영역이었다.
어린 시절 방학 숙제로 일기를 꾸준히 썼지만, 대부분은 "오늘은 친구와 놀았다.", "비가 왔다."처럼 단순하고 짧은 기록에 그쳤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일상 기록을 계속해오고 있다.

매일 아침과 저녁, PDS 다이어리에 하루의 목표와 일정을 적고 성과를 정리한다.

문득 떠오르는 글감이나 아이디어는 작가 노트에 기록한다.

하지만 이런 기록과 ‘일기’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교재를 살펴보니, 일기에는 반드시 날짜, 날씨, 제목, 있었던 일, 생각과 느낌이라는 다섯 요소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구체적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직접 이 방식대로 하루를 기록해 보니 글이 한층 풍성해지고 깊어졌다.

날짜와 날씨를 쓰면 그날의 분위기와 내 마음 상태를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마음이 차분해졌고, 화창한 날이면 기분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제목을 붙이는 일 또한 흥미로웠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제목을 정하다 보면, 오늘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나 감정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무엇보다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깊이가 생겼다.

단순히 있었던 일을 적는 것을 넘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기록을 넘어 ‘성찰’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문장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아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던 날, 한 아이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오늘은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뉴스에서 그랬다.

오늘의 날씨 : 12시부터 5시까지 나가지 마세요.”


짧지만 기발한 표현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얼마나 자유롭고 참신한지, 그 한 문장에서 다시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일기를 가르치는 일은 결국 내가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가르치는 건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순수하고 창의적인 감성과 시선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일기 쓰기의 ‘걸음마’를 떼고 있는 기분이다.

단순히 하루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내 일상과 마음의 풍경을 더 깊고 섬세하게 바라보게 됐다.

어른이 되어 쓰는 일기는,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하루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고 세심하게 바라볼 준비를 해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펜을 들어, 아이들에게서 배운 대로 나의 하루를 진심으로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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