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by 린다

최근 모임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말투와 태도는 단정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우월감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

상대방은 T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는데, 나의 NF적인 기질이나 예술적인 일을 은근히 가볍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자신은 이미 입지를 다졌다고 생각했을 테고, 나는 아직 시작하는 이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설령 보여줬다 해도, 그 사람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순간 언젠가 인연을 끊을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가’였고, 나의 세계는 ‘서로의 다름을 끌어안는가’였으니.


나는 현실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사람이 맞다. 그러나 부족함과 무시는 같은 것이 아니다.

‘신경 쓰지 말자.’ 스스로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오래도록 그날의 기억을 붙잡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앞에서는 또 겸손해질 것이다.

마치 날씨처럼 변하는 태도, 맑았다 흐렸다 하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그렇다 하더라도 거만한 빛깔은 조금 줄였으면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의 태도 덕분에 나를 더 단단히 세우고 싶어졌다.

불편한 시선 하나가 나를 흔들었고, 흔들린 자리에서 새로운 싹이 돋아났다.

예술적으로, 인간적으로, 더 깊고 단단하게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났다.


그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다. 태양은 가차 없이 내리쬐었고, 양산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라면, 양산조차 필요 없는 날씨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늘은 사라지고 햇볕만 남아도, 마음이 서로의 그늘이 되어줄 수 있다면 더위 따위는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날씨가 아니었다.
그 날씨를 함께 버텨내는 마음, 그 마음의 무게가 곧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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