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면
해가 점점 짧아진다는
자연의 순리조차 잊은 채
밤 10시 같은 저녁 6시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해변을 걷는다는 건
Ⅱ
바다가 보이지 않냐고 묻는 말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나
그러다 저 멀리 불빛이 모여
조금은 밝아졌을 때
이제는 바다가 넓어 보이지 않냐고 묻는 너
그저 나는 한눈에 들어오는 것 같은데라고
말할 수밖에
그저 그럴 수밖에
Ⅲ
낮에 혼자 다시 와 본 바다는
네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어
평소 보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
정말 넓은 바다였어
해변에 놓인 무지개 색 의자
모래가 곱던 그 바다는
정말 아름다운 바다였어
Ⅳ
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은 이런 걸까
한가로운 일요일 낮
이 바다는 후회하는 내 마음을
잔잔한 파도에 담아 보내고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던
오직 상상해야만 했던 파도에
이제는 나의 진심을 담아 보내
너 없는 바다에서
이번엔 네가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