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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ul 02. 2024

이상한 나라의 써니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일 년이나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조차 알 수 없다. 마치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글을 쓰는 매 순간마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다.


거금을 들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도 알 길이 없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왜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그때의 성취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다가왔고, 손에 잡히지 않는 공허만이 남아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아서일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라서일까? 아니면 목적 없이, 이유 없이 그저 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러한 질문들은 나의 내면을 뒤흔들며 존재의 이유를 재탐색하게 만든다.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끝없는 자문자답을 반복하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내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의 내 길을 축복해 주었다. 그들의 반응은 내게 감사와 동시에 미묘한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들의 진심이 내게 전해질 때마다, 나는 마치 그 진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다.

그것은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었다. 그들의 진심이 느껴져 미안하고도 감사했다. 그리고 의아했다. 그 진심이 오히려 나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듯했다. 나는 이 감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내 안에 숨겨진 무언가가 그들의 진심 앞에서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오랜 시간 알던 사람들도 아니고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어느 친구보다, 여느 가족보다 더 진실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들의 진심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왜 서로에게 이토록 깊은 마음을 나누는 것일까?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왜 우리는 서로를 챙기고 응원하는 것일까? 이 관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빛나며, 그 연결이 때로는 이유를 초월한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빛을 찾고, 그 빛이 우리를 인도한다. 그 빛이 없다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방황할 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느낌, 모든 것이 신기하고 이상하며 의문스럽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길을 찾듯이, 우리도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와중에 모험이 있고, 두려움이 있으며, 그런 나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용기가 생긴다. 우리는 혼자서 길을 찾지 않으며, 함께할 때 비로소 더 큰 용기를 얻는다. 그들의 진심은 나의 두려움을 잠재우고, 나의 여정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 동화의 결말은 무엇일까? 이상한 나라의 써니는 과연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꿈속에서 자신만의 진리를 발견하게 될까? 삶의 여정은 우리가 기대하는 결말이 아니라, 그 속에서 찾는 의미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깨달음은 목적이 아닌 과정 속에서 찾아오는 법이다.


우리가 왜 시작했는지 모르더라도, 우리는 계속해 나가야 한다. 길은 걷는 자에게 열리는 법이니까.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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