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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ul 09. 2024

가장의 왕관

책임과 희생

그들은 아마도 제약회사와 병원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듯 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어제와 오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매일 같은 시간에 바다 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두 등대지기 같았다.

한 남자는 동업을 제안하고, 다른 한 남자는 거절 방법을 고민하는 대화였다.

"니가 율제병원이랑 한국병원만 도와주면..."

"그게 말이 쉽지. 병원 일이 어디 쉽냐고."

"너 나한테 서운한 거 있으면 그냥 다 얘기해."

"서운한 게 어딨어. 일하는 게 다 똑같지 뭐."

"야, 나도 너한테 서운한 거 많지. 이렇게 말하면서 풀자는 거지."

동생 같아 보이는 남자는 은근슬쩍 발을 뺄 의사를 밝혔다. 동업을 제안한 남자는 그런 그의 생각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며 친분과 동정을 무기로 설득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이미 침몰한 배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선장을 보는 것 같았다. 내 보기엔 이미 저 대화의 끝은 어제로 끝났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대화가 언제쯤 끝날까 궁금했다.


그들은 아마도 큰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이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회사에서 자리를 잃고, 그간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 제약회사와 개인적으로 일을 맡아 가장의 무게를 견디려 하는 듯했다. 그들의 대화는 남 일 같지 않았다. 애처롭고 힘들어 보였으며 무엇보다 책임감에 절실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도 배를 지키려는 선장처럼, 절실함과 책임감에 가득 차 있었다.


가장의 무게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도 배를 지키려는 선장의 책임감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용기와 인내가 느껴진다. 치사하고 비굴해도 참고 견뎌지는 가장이라는 왕관. 가장의 왕관무게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넘어, 가족의 안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끝없는 노력과 희생을 의미한다. 그 무게는 때로는 너무 무거워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와 책임의 깊이를 배운다.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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