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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ul 10. 2024

작전 회의실

: 커피숍에서 벌어지는 교육 상담

아침 커피숍은 종종 엄마들의 작전 회의 장소가 된다. 오늘도 옆 테이블에서는 아이의 학원 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며 시끌벅적하다. 이곳은 마치 작은 전쟁터 같아서,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전투복을 입어야 할 것만 같다.

"거기 학원은 어때? 여기는 선생님이 별로인 것 같아. 지석이가 선생님이 무섭다고 하더라고."

"우리 애는 괜찮다고 하던데. 나는 만족해."

"그래서 과외를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야."

아이의 성향이나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선생님만 평가하며 학원을 옮기려는 모습이 마치 방향 감각 없이 GPS를 켜고 운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차라리 나한테 물어보지, 내가 커피숍의 내비게이터인데! 내가 조금만 더 참견을 잘하는 성격이라면 옆자리로 옮겨 "내비게이션 좀 제대로 설정해봐!" 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학원을 옮기려는 엄마는 아이나 학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보이고, 반면 상담해 주는 엄마는 나름의 철학이 있고 아이와 소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학원 정보나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해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서로 반복해서 같은 얘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지만, 끝까지 듣지는 못한다. 갑자기 내 커피가 쏟아질 것 같아서 말이다.

오늘은 또 다른 교육 상담을 하는 엄마들을 본다. 이번 상담은 어제보다 좀 더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후배 엄마가 선배 엄마에게 이번 여름방학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내용이다. 이건 마치 ‘여름방학 생존 가이드’를 듣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서로 교류가 많았던 것처럼 보이고, 선배 엄마는 아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부족한 점과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콕 집어 이야기해주고, 후배 엄마는 열심히 메모하며 고맙다며 커피를 사주는 모습에 어제와 다르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나도 우리 아이 상담을 받고 싶을 정도니까. 커피숍에서 상담 받을 수 있는 쿠폰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겠다.

어제와 오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에서도 내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나는 상담을 내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해 받고 싶은데, 문제는 정작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게 함정이다. 마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싶지만 목적지를 모르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커피숍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내일은 또 어떤 엄마들의 전투를 목격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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