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과 보드게임의 상관관계

게임도 수학만큼 어렵다.

by 선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해요. 순차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 무엇인지 아시나요?"


모른다. 그런데 이건 무조건 해야지 싶다.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인스타 릴스를 무의미하게 넘겨보다 이런 엄청난 대어를 낚다니 역시 요즘 교육 트렌드는 여기에 다 있다. 유명 영재학원에서도 사용한다며 수와 연산부터 사고력, 공간지각력, 측정, 문제해결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하는 것 마냥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빠르게 읽으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계속 넘긴다. 영재들이 학원 가서 비싼 돈 주고 한다는데 대체 뭘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기를 바라며 답을 찾아 검지를 더 빠르게 움직여본다.




수학보드게임? 이게 답이라고? 내가 아는 그 보드게임이 그 보드게임인가?? 내가 아는 보드게임은, 대학 다닐 적에 공강 때나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 시간을 때우려 갔던 보드카페에 있는 놀잇감이다. 당시 보드게임은 어렸을 적 추억의 게임(사다리게임 같은)을 비롯하여 레벨별 다양한 장르가 있어 보드게임 카페(찾아보니 요즘도 있긴 함.)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많이 했다. 보드게임 카페는 만화방처럼 시간당으로 가격을 지불했고,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다양한 게임을 하며 음료 한잔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요즘 네 컷 사진 찍는 곳처럼 길 가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당시 학교 선배들이 보드게임카페에서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터라, 친구들에게 인맥 자랑하며 매일 출근도장 찍듯이 테이블 하나를 선점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땅과 건물을 사서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손톱이 부러져라 종을 치기도 하고, 서로 의심을 하며 도둑을 잡던 그 추억의 게임이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준다는 건 아니겠지 (그게 맞다면, 내가 바로 수학왕!)하며 바쁘던 손가락을 멈추고 보드게임 설명을 찬찬히 읽어본다.

사고력 보드게임은 멘사에서 인증한 교구로 아이들의 수학 능력을 높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교육효과를 멘사에서 입증하였기에 학부모들이 선호하기도 하고, 저학년들이 놀이로 수학을 접하며 수학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어 학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단다. 유아부터 초등까지 수준도 다양하고 수와 연산, 도형, 규칙, 암기력 등 수학의 영역도 고르게 분포되어있다 보니 실로 많은 게임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소싯적에 놀이로 했던 게임들(아까말한 사다리게임과 종 치는 게임 등)도 있어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멘사들은 그 천재적인 머리로 왜 이런 걸 하고 있을까? 의문도 들고.

큰 수를 배우는 2호를 위해 요즘 우리 가족은 건물주 놀이를 한다.

눈에 익은 보드게임들로 수학보드게임을 유추해 보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초등학생 게임이 어려워 봤자 얼마나 어렵겠는가 싶어서 여러 보드게임 중에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할 만한 것들 몇 개를 추려본다. 도형 하나, 연산 하나, 추론 하나... 어떤 걸 좋아할지, 어떤 걸 잘할지 모르기에 여러 개 시킨 것은 정말이지 핑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보드게임이 오자 아이들은 흥분의 도가니상태가 되었다. 새 물건이 온 것도 기쁜데 엄마랑 아빠가 함께 놀아주는 거여서 몇 배로 더 기쁘다는 말에 잠시 반성을 해본다. 그래, 기왕 놀 거 의미 있게 놀아보자. 나는 지혜로운 엄마니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신나서 날뛰고 있는 아들 둘을 모른 채 하고 열심히 게임설명서를 읽는다. 설명서가 길지도 않고, 그림도 그려져 있는데 규칙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수학교구라 그런 건가? 이걸 이해하면서 문제해결력이 높아지는건가? 이 눔의 수학은 평생 내 발목을 잡는다. 아이들을 빨리 하자고 성화를 부리고, 난리통 속에 글을 읽으니 더 이해가 안 간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데 남편은 애들 안보고 뭐하그있나 봤더니 혼자서 보드게임 설명 영상을 보고 있다.

"어? 이거 애들이랑 같이 보고 하면 되겠다."

나이쓰! 내가 설명서를 선점한 탓에 게임 룰이 궁금해서 검색하다 얻어걸린 걸 테지만, 그럼에도 오늘따라 기특해서 궁둥이팡팡 한 번 해 주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영상과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은 보자마자 이해했다며 게임을 세팅한다.

그래 하자, 해. 어린이라고 봐주는 거 없어.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엄마가 타짜임을 보여주지.

어린이보드게임이니 만만하게 보고 편하게 시작하다 제대로 당했다. 한 판을 지고 안되겠다싶어 진심으로 상대했는데, 3판을 연달아 지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사고력은 분명 생각하는 힘인데, 생각을 아무리해봐도 내가 왜 지는지 모르겠다. 다른 게임으로 바꿔서 해봐도 결과는 같았다. 남편은 하다하다 이렇게 게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놀리느라 신이났고, 아이들은 이번엔 자신들이 봐줄 테니 한 번 더 하자고 조른다. 몇 번해보니 재미도 없고, 기분만 상해 모조리 다 반품하고 싶다. 아무리 수학이 게임으로 변신을 하고, 나랑 친해지려 노력을 해도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는 가보다. 아니면 우리 애들이 영잰가?(이 말인 즉슨, 산부인과서 애들이 바뀌었나봄)


P.S) 멘사에게 묻고 싶다. 문제 해결능력과 사고력 키워주다가 바닥으로 내팽겨진 내 자존심은 어떻게 챙기나요?



TIP) 학년별 보드게임 추천!

1학년 : 셈셈피자가게, 암산왕메이크텐(연산), 젬블로(도형) , 다빈치코드(논리)

2학년 : 시간도둑(시간), 셈셈테니스(연산), 세트(도형), 스도쿠, 루미큐브 (논리)

3학년 : 프랙션포뮬러 (분수) 쉐입스업(도형) 쿼리도 (논리) 셈셈눈썰매장 (연산)

4학년 : 셈셈롤러코스터 (연산) 우봉고, 피라믹스,펜타고(도형), 젝스님트, 스플렌더(논리)

5학년 : 파라오코드(연산), 씽크스트레이트(논리), 쌓기나무3D(도형)

6학년 : 블록바이블록, (도형), 테이크잇이지(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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