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가 풀리던 순간.

by 선이

2024년 4월 20일.

서울 서초구 스타벅스,
진한 커피 향에 섞여 어딘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떨리는 감정을 따뜻한 커피에 진정시킬 때쯤, 하나둘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난 브런치 작가님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매일같이 톡을 주고받아서일까.
어릴 적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익숙했다.

특히 이렇게 새로운 모임에 갈 때는, 이런 동기들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꽤 든든하다.




오늘은 'Book Project'의 첫 수업, 그것도 오프라인 수업.
출간할 책의 전체 흐름을 잡고, 선배 작가님의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내가 준비한 목차와 초안에 대해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는 중요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8시간 가까이 이어질 예정.
허리는 괜찮을까?
나의 불안은 또 새어 나올까?
걱정이 가득했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긴장감 덕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수업을 듣고, 수다를 떨고, 웃으며 나름 충실하게 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알게 된 출판계의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우리나라에는 출판사가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계약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였다. 특히 내가 도전하고자 하는 자녀교육 분야는 교사 출신 작가들로 이미 포화 상태였다.


나는 과연, 이 치열한 판에 끼어들 수 있을까?


슬며시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가진 건, 아이들과 내 아이를 가르쳤던 평범한 일상뿐.
너무 뻔했다.
너무 약했다.

옆에서 초등교사 선생님은 건강 분야 책을 쓰고 있었고, 다른 작가님들은 멋지게 목차를 완성해 나갔다.

그에 비해 나는,
'나는 뭘 할 수 있지?'
자꾸만 작아졌다.

그때, 선생님이 내 글과 브런치에 쌓아둔 기록들을 천천히 읽어보시더니, 짧고 단단한 한마디를 건네셨다.

"좋아요, 아들로 갑시다."

순간, 엉켜 있던 생각들이 스르르 풀렸다.
그래, 그거였다. 그동안 자녀교육서를 읽으며

'왜 이론은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졌지?'
답답해했던 기억들. 내 아들들을 키우며 수없이 부딪치고 깨진 순간들.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전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순간들을 나는 온몸으로 겪어왔다.
그 생생한 이야기야말로, 나만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 이거라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겠다.'


머릿속에서 단추가 하나씩 또각또각 채워지기 시작했다.
개요, 독자층, 목차, 글의 방향까지. 모든 게 착착착 이어졌다.

역시, 몇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선생님의 콘셉트 잡기 센스는 생각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오는 거였다.
단 한 문장으로, 내 3년 치 고민을 한순간에 정리해 주는 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믿었다.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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