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원고를 보냈다고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퇴고 → 수정 → 다시 퇴고 →퇴고한 줄 알았더니 또 퇴고 →퇴고한 것도 수정 →수정한 걸 다시 퇴고.
그렇게 나는 퇴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
… 느낌이 왔다.
출판사다.
이건 뭔가 말하려는 전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 느낌.
“작가님, 통화 괜찮으세요?”
네, 괜찮은데요…
아니요, 뭔가 안 괜찮을 것 같아요.
요약하자면, 다른 팀에서 시리즈 책을 쭉 깔아 두었고, 그 여파로 내 책은 2월에 출간이 어렵고, 4월로 미뤘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혈압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4월?
그때는 학원 시즌이에요. 집공부는 시들해지고, “학원 알아봐야지” 소리가 전국을 울릴 시기란 말이에요.
나는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12월이나 7월이 낫지 않겠어요?”
방학 시즌. 집공부 찬스. 완벽한 타이밍.
진심이었다.
그런데 그 진심이 감정에 묻혀 전달이 되었나 보다.
에디터님은 살짝 당황하셨다.
“아… 예… 음… 사실 저희가 4월에 출간하려는 이유는…그게… 1월은 좀 빠르고요… 3월은 신학기라 엄마들이 정신없고…4월이 그나마 안정적인 시기고요…”
주절주절 설명이 이어졌다.
나는 깨달았다.
‘어떠세요?’는 그냥 인사말이었구나.
사실상, 결정은 이미 나 있었구나.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서 한숨을 세 번 쉬었다.
“후…”
“하…”
“허어…”
2번이나 미뤄진 일정, 그리고 그게 ‘4월’이라는 점.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건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계약 문제기도 했다.
계약서엔 분명 최종 원고 제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출간이라고 돼 있었다.
계약 기간은 총 1년.
근데 지금 이 속도면 6월 넘길 각 아닌가?
이건 혼자 고민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스승, 이은경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이러이러해서 출간 일정이 또 미뤄졌어요.
2월이 안 된다며 4월 얘기를 하시는데…
방학이 아니라 이 타이밍이 괜찮을까요?”
마음속에선
“저 지금 감정 좀 복잡합니다”
라고 쓰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담담하게.
얼마 후 선생님이 답장을 주셨다.
단단하고 다정한 문장이었다.
“방학에 너무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 생각해요.
4월 확답을 받아두시는 게 저는 베스트라고 봐요.
1월은 좀 급하고, 3월은 신학기 적응 기간이고,
4월은 공부 습관 자리를 잡고 엄마들도 다시 책을 찾는 시기예요.
저도 일부러 4~5월에 책을 내기도 해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그래, 70권 넘게 내신 분이 저리 말씀하시는데 이게 정답인 거야.”
그래, 4월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혹시 모르니 계약 조건만 다시 확인 요청하자.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이며 위로했다.
“퇴고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하자.
퇴고를 하면 할수록 글이 좋아지지 않겠어…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