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은 좋은데… 글쓰기가 무섭다

by 선이

계약을 하고 나면, 하늘을 둥둥 날 것 같았다.

근데 아니었다.

계약서 ‘보내기’를 누르고 나서 정확히 0.1초 만에,
내 심장은 “이제 진짜 써야 하는 거야…” 하고 말하며 천천히 식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 게 무섭고 조심스러워졌다.
그전까지는 “글이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냐?”였는데,
이제는 “이게 출판사 기준에 부합하는가?”로
머릿속 질문의 결이 바뀌었다.

사진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건가?
사진 안에 사람 이름이 나왔는데, 지워야 하나?
캡처 화면은 저작권 위반일까?
글 분량은 200매? 300매? 페이지로는 몇 쪽?
인용은 몇 줄까지? 책 이름은 어떻게 써야 해?
띄어쓰기... 한 칸? 두 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몰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릿속에 '출판사' 필터는 없었다.
있는 건 ‘브런치 감성’ 하나였다.

결국 나는 에디터님께 메일을 썼다.

한 문단은 질문, 한 문단은 사과, 다음 문단은 질문, 그리고 다시 사과.


“초보 작가라 자꾸 귀찮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해요...
질문이 많아서 죄송하고,
메일 드리는 것도 죄송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만 여쭤볼게요!”


이 정도면 메일 제목도〈작가님, 죄송함의 민족이시군요〉여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디터님은 한 줄 한 줄, 정말 엄마처럼 차근차근 다 알려주셨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작가라기보다 출판계 어린이집 신입생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은 지금처럼 넣어주셔도 괜찮고요,
파일 정리는 저희가 나중에 도와드릴 수 있어요 :)
인용도 지금 정도는 충분히 괜찮아요.”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말이 덧붙어 있었다.

“사실 저는 일단 끝까지 쭉 써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지금 너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만큼 글을 잘 써주셨고,
차례도 정리가 잘 되어 있거든요.
염려 마시고 쭉 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메일을 다 읽고 나서 노트북을 덮고 소파에 한참 누워 있었다.

누워서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못 쓴다는 말보다, 잘 쓰고 있다고 해주는 말이 왜 더 울컥할까.”




그리고, 두 달 뒤. 드디어 모든 걸 쥐어짜서 만든 최종 원고를 메일에 첨부했다.

파일 이름은 “초등아들집공부_최종원고. hwp”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 손이 떨렸다.

설레는 게 아니라, 무서운 떨림이었다.

‘이 글이 출판될 글인가?’
‘내가 진짜 책을 낼 수 있을까?’

그래도 눌렀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답장이 왔다.

“최종 원고 잘 받았습니다 :)
피드백과 함께 출간 일정도 함께 정할 수 있도록 다시 연락드릴게요.”

출간 일정…
출. 간. 일. 정… 이래…!!!


그 순간, 눈앞에 달력이 떠올랐다.

아직 출판사가 편집도 안 했고, 표지도 없고, 홍보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 마음속엔 이미 서점 입구에 내 책이 놓여 있었다.


“언제 나올까…?
언제, 세상에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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