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면 브런치 작가들의 정기 모임이 열린다. ‘이은경 사단’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모임은,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선생님께 배움을 얻고, 브런치 합격을 목표로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기수별로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어느덧 2024년에는 3기까지 배출되었다.
나는 2기. 조용하고 내향적인 사람이 많은 작가들 사이에서, 나는 비교적 활발한 분위기의 기수에 속해 있다. 덕분에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로 지금까지 잘 달려올 수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서울역 근처에서 모임이 잡혔다. 작년엔 아직 서로 어색했지만, 이제는 먼저 만나자고 약속할 만큼 가까워진 사이. 하지만 나는 이번엔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내 첫 북토크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책이 출간된 것도 아닌데 웬 북토크냐고? 나도 그랬다. 처음엔 할 생각조차 없었다. 하지만 북토크는 책 자체만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했다. 작가로서의 생각, 글을 쓰게 된 계기, 출간까지의 과정… 그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들에게 출간은 하나의 큰 목표다. 그런 점에서, 계약서를 막 받아 든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뿐 아니라 각 기수에서 출간을 앞둔 작가들이 함께하니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 배려도 있었다.
그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만,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요즘 건강상의 이유로 체형이 변화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던 터였다.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끼리야”, “영상도 안 남아”, “방송 아니야”라는 임원진의 따뜻한 설득에 결국 마음을 열었다.
질문지를 받고, 답을 정리하고, 연습도 해보고,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신경 쓴 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도착할 때까지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입에 붙도록,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무대 뒤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나를 본 선생님은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영상도 안 찍어요. 그냥 저랑 대화하는 거라 생각하세요. 편하게요.”
그 한마디에 굳어 있던 어깨가 스르르 풀렸다. 역시, 베테랑은 다르다.
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슬초 2기 박선이입니다.”
그 순간부터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준비했던 이야기들은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나왔지만, 앞에 앉은 작가님들의 따뜻한 눈빛과 고개 끄덕임, 이어지는 박수 소리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뿌듯함, 보람,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한 감동.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무언가에 한동안 멍하니 잠겨 있었다.
‘진짜 북토크란 이런 느낌일까?’
그렇다면, 나… 또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