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두 달 앞둔 어느 날, 조용히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작가님, 이제 본격적인 편집 작업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몇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메일에는 예상치 못한 요청들이 담겨 있었다.
3장은 삭제하고, 1장과 4장에 내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자는 제안. 또 내가 장마다 넣어둔 ‘TIP’ 박스의 톤을 맞추기 위해 문장을 추가해 달라는 표시도 있었다.
책이 만들어진다는 건 단순히 원고가 ‘인쇄’되는 게 아니라, 문장과 구조, 구성, 톤까지 다시 다듬어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 실감했다.
3개월 만에 다시 꺼내 본 원고는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내가 이걸 책으로 내겠다고 했다고?’
문장은 어색하고, 문단은 뚝뚝 끊기고, 흐름은 삐걱였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라는 옛 표현이 절로 떠올랐다.
이전에는 몇 번이나 고쳐도 그대로 같더니, 지금 보니 완전히 다른 글처럼 보였다.
결심했다.
고치자. 제대로.
아이들이 잠든 새벽,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한 문장씩 다시 써 내려갔다.
이제는 문장을 고치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수정본의 파일명은 점점 장황해졌고, 결국엔 "초등아들집공부_진짜최종_FINAL.hwp"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됐다.
며칠 뒤, 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작가님, 3월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1차 교정본과 함께 본문 디자인, 제목 후보, 표지 시안 등 다양한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드디어 책이 ‘책’으로 태어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기대 반, 긴장 반.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보내주신 이미지 파일이 글씨가 써진 상태여서요.
혹시 원본, 텍스트 없는 파일도 있을까요?”
“계획표 양식이 저희 편집본과 조금 다르더라고요.
박스 처리와 텍스트는 저희 쪽에서 해야 해서요!”
“보드게임 파트에 소개된 제품 두 가지가 단종 예정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대체 가능한 제품이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작업은 단순한 텍스트 교정이 아니었다.
파일 형식, 이미지 권한, 링크 오류, 단종된 사례까지… 사소한 것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사했다. 페이지마다 붙여진 에디터님의 세심한 메모들, 배려 가득한 말투, 기한에 쫓기면서도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
그래서 어느 날, 조용히 커피 한 잔을 선물로 보냈다.
진심을 담아 이렇게 적었다.
“이렇게까지 정성껏 도와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많이 배우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곧 답장이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앗 선생님! 아고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퇴고하신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의지를 보여주시니까 저도 욕심이 생겨서 더 피드백을 드리려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책은 글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글을 함께 다듬고, 이해해 주고, 세상으로 꺼내는 사람들과의 과정이 고스란히 그 안에 담긴다.
지금 이 책은, 더 이상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길, 따뜻한 응원, 그리고 수많은 파일명과 메일들 속에서 조금씩 ‘책’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