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4일.
드디어, 그날이 왔다.
우리집에만 있던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서점에 내 책이 올라왔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홍보 이미지도 정말 예뻤다.
사진만 봐도 책을 ‘소개’하고 싶게 만드는 고퀄리티.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그 소개와 이미지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민망하지 않게 SNS에 올릴 수 있었다.
링크를 동기 작가님들과 지인들에게 조심스럽게 보냈다. 그리고 인스타에도 블로그에도 드디어 공유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되지 않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어제 도착해서 벌써 다 읽었어요.”
“아이 재우고 밤에 혼자 읽었는데 진짜 도움 많이 되었어요.”
“진짜 언니랑 옛날에 지냈던 생각나서 울었어.”
“이거 진짜 유익하다. 언니 육아가 그대로 녹아 있어.”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 생각을 했어요?”
칭찬이 쏟아졌다.
진심 어린 말들, 반짝이는 반응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나는 심장이 살짝 움찔했다.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다. 많이 부끄러웠다.
책이 팔리는 것도,누군가 산 것도,그 책을 펼쳤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지만, ‘읽고 있다’는 말은 또 다른 무게였다.
내 일기장을 몰래 본 것 같고, 내 육아일기를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둔 느낌.
너무 가까운 이야기여서, 너무 나의 말투여서, 어딘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사준 건 너무 고마운데요, 그냥 사진만 찍고 책꽂이에 꽂아주시면 안 될까요…?”
칭찬이 민망한 이유는내가 이 책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오타도 봤고,문장 어색한 것도 알고,수정했어야 했는데 못 고친 곳도 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읽는 걸 손에서 놓은 지 30년은 됐다는 우리 엄마가 말했다.
“책 다 읽었다.”
…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엄마… 그걸 왜 다 읽으셨어요…
아니 그걸 진짜 읽으셨다고요?
눈도 침침해서 요리도 잘 못하시는 분이?
그리고 또 한 명,
오래된 지인이 책을 받자마자 장문의 리뷰를 인스타에 올려주었다.
그 글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좋은 책”이라는 말보다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봤다”는 글.
읽고 있는 동안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말들이 너무 깊어서,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 삶이 다른 사람의 언어로 설명되는 순간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때 알았다. 출간이란, 책이 나오는 일이 아니라 ‘읽히기 시작하는’ 일이라는 걸.그리고 읽히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은 나를 떠나 누군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기쁨보다 더 큰 감정이 찾아왔다. 책이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책임감. 그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쓴 건데,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에 남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즈음, 한 동기 작가님이 새벽에 톡을 보내주셨다.
“베스트셀러 붙었네요!
순위 더 올라야겠지만, 일단 진입 축하!!
홍보 열심히 하셔야 해요~10~20위 안에 며칠은 있어야 진짜 ‘베셀’이라네요!”
그분은 거의 책 매니저처럼 내 판매지수를 챙기고 계셨다.
심지어 나보다 더 빠르게.
고맙고, 웃기고, 그보다… 찔렸다.
‘어… 나 지금 별로 한 거 없는데…’
그리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새로고침 인생이.
누가 뭐래도 서점 앱을 여는 속도는 카톡 여는 손보다 빠르다.
검색어는 정해져 있다.
내 이름.
내 책 제목.
판매지수.
리뷰.
별점.
매일 아침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솟구친다.
올라가면 기쁘고, 내려가면 나만 모르게 한숨을 쉰다.
이런 마음도 결국, 내 책이 ‘읽히는 책’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합리화 하기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긴다.
그리고, 5일 후.
Yes24 가정·살림 분야 실시간 1위.
내 책이, 1위였다.
믿을 수 없었다.
스크린샷을 찍고, 저장하고, 클라우드에도 백업도 했다.
이건 가문 대대로 상속해야 할 기록이었다.
그날, 나는 ‘1’을 했다.
그리고 그건 영원히 내 것이다.
요즘 나는 기쁘고, 민망하고, 신기하고, 또 기쁘다.
책이 세상에 나가면 기쁠 줄만 알았는데, 그게 다는 아니었다.
읽히는 순간부터 내 책은 나를 넘어서,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 출간이라는 거구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핸드폰을 내려놓기 전,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오늘도, 누군가 내 책을 읽었을까?”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려는 찰나,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모시고 인터뷰 형식의 인스타 릴스 영상을 제작하고 싶은데요.
혹시 촬영 괜찮으실지 먼저 여쭤보고자 합니다.
의향 있으시다면 다음 주~다다음 주 중 가능하신 날도 함께 알려주세요.
질문은 미리 드릴 예정이고, 참고 영상도 함께 보내드립니다!”
…
릴스요?
영상요?
그것도… 인터뷰 형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