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내가!!

by 선이

주말의 시작은 예상보다 일찍, 그리고 조용하지 않았다.
교대근무인 남편이 이번에는 야간 근무였다.
아이들 기말고사를 앞둔 집안엔 어느새 시험 특유의 긴장감이 퍼져 있었다.
폭풍 전 고요랄까. 고요했지만 곧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서둘러 짐을 쌌다.
작전명, 탈출. 목표지는 ‘카페 공부’라는 이름의 피난처.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려는데, 문을 닫기도 전에 이런 말이 들린다.
“엄마, 우리 언제까지 공부하고 갈 거야?”
“나오자마자 할 질문은 아니지 않니?”
“아니~ 점심은 먹고 들어가는 건가 해서.”

헛웃음이 났다.
문제집보다 중요한 건 늘 먹을거리인 아이들.
성장기의 본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사실 나도 점심까지 먹고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메뉴를 정하는 기준이 달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말 잘 듣게 하려면 그런 게 좋겠지만,
오늘만큼은 나에게 맞춘 메뉴, 나에게 맞춘 점심을 먹고 싶었다.


시험지를 채점하다 말고,
국어 문법 문제를 설명하다 말고,
잠깐잠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계속 생각했다.
“뭘 먹을까?”
“아니, 무엇을 먹고 싶은가?”

마음속 작은 갈피 하나를 펼치듯
메뉴를 하나씩 떠올려봤다.
국물 있는 것? 매콤한 것? 고소한 것?
상상만으로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이렇게 순전히 나를 위해 메뉴 고민을 해본 게 도대체 얼마 만이었을까.

결국, 나의 입맛으로 점심을 정했다.
오늘만큼은 양보 없는 선택.
당당하게, 나 먼저.


아이들은 묵묵히 먹었다.
어느 순간, 조용히 식사를 마치던 둘째가 말했다.
“이건 좀 인정.”

짧은 말이었지만,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스르륵 녹았다.

그래, 오늘은 나부터였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졌구나.

늘 아이들의 식사부터 챙기고,
입맛을 맞춰주는 게 익숙했던 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이기적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미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점심 한 끼가 오래도록 나를 위로해 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