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이 Jan 21. 2024

찬바람 불 땐, 이거지!

국물이 끝내줘요-!

나는 해외여행을 가도 한국음식을 1일 1식 이상 해야 하는 전형적인 토종 한국인 입맛이다. 그런 내가 혼자서 제 발로 찾아가 먹는 유일한 외국 음식이 있다. 혼밥을 즐겨하진 않지만, 자꾸 생각나는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따뜻한 이불을 걷어차고 찬바람을 맞으며 30분을 운전해서 갈 정도니까 내 최애 겨울음식임이 확실하다.


찬바람이 불거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어김없이 떠오르는 내 최애 외국음식은 바로 쌀국수다.

외국음식 중에서도 동남아 음식은 특유의 향들이 강해 거의 못 먹는데, 지난 베트남 여행에서 아침, 저녁으로 여행 내내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물론, 고수는 빼고-)

나의 힐링 사진 1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엔 주 2~3회도 쌀국수만 먹을 수 있을 듯하다. 단, 제대로 맛있게 만든 쌀국수여야 한다는 전제하에.


쌀국수를 먹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우선, 식사 전 나오는 따뜻한 차는 딱 한 모금을 마신다. 입을 헹구며 쌀국수를 맞이할 의식이랄까? 찬바람 때문에 따뜻한 차가 더 마시고 싶지만 많이 마시면 안 된다. 쌀국수의 핵심은 단연 국물이니까.

쌀국수가 나오면 사진을 먼저 찍는다. 군침 도는 음식과 예쁜 그릇이 주는 순간 행복을 담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맑으면서도 갈색의 빛깔을 띄는 진한 국물을 한 숟가락 뜬다. "아~ 이맛이지."가 절로 나오는 이 맛을 표현하자면, 단순히 식사가 아닌 영혼까지 해장해지는 느낌이랄까? 국물만 먹어도 진하면서도 적당히 짭짤한 그 맛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속이 풀리는 기분이다.

국물로 속을 따뜻하게 데우고 나면, 젓가락을 들어 면발을 집어 수저에 담에 국물과 함께 먹는다. 쌀국수의 면은 소면도 아니면서 부드럽게 혀에 쫄깃하게 감기는 매력이 있다. 국수와 파스타의 중간 정도의 넓은 면발만의 특유의 식감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싱싱한 숙주가 뜨거운 국물에 익혀지고 나면 부드럽고 얇은 소고기 함께 먹기 시작한다.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얼른 양파도 함께 입 안에 넣어주어야 한다. 쌀국수의 고명으로 양파와 숙주를 넣은 생각을 하신 분은, 분명 식감과 맛에 진심이신 분일 게다. 쌀국수의 쫀득함과 숙주와 양파의 다른 아삭함, 그리고 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미는 완벽한 조합이다. 이 행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셀프바에 양파와 숙주를 놓아주신 사장님께도 무한 감사를 드리게 된다.


어느 정도 쌀국수를 먹으면, 나만의 레시피 타임이 시작된다. 베트남 고추를 그제야 국물에 넣어 알싸하게도 먹어보고, 면과 고기, 양파를 칠리소스에 찍어 달콤 새콤한 맛으로도 바꾸어본다. 매콤한 무피클은 맛을 바꾸어 먹을 때마다 입을 헹궈주는 역할을 해준다. 한 그릇으로 이렇게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건 쌀국수가 주는 또 다른 장점으로 완벽하다.


혼밥이 아닐 때에는 쌀국수와 함께 먹을 음식을 추가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할 때에는 가족 모두가  육식 파라 주로 분짜를 추가하는데, 느억맘 소스를 찍먹 할 건지, 부먹 할 건지 토의하지만 늘 결론은 찍먹이다. 분짜와 함께 먹는 베트남 만두와 달콤한 간장소스로 졸여진 숯불고기, 그리고 상큼한 샐러드 야채는 새콤달콤한 맛에 끝도 없이 들어간다.

친구나 지인이랑 함께 할 때면 주로 스프링 롤을 시키곤 하는데 상추와 채 썬 당근, 숙주 등 다른 야채들을 넣어 쌈을 싸 먹으면 입안 가득 바삭 고소한 행복감이 입안에 가득 찬다. 거기에 쌀국수 국물을 한입 더해주면... 생각만 해도 침이 가득 고인다.

매콤, 달콤, 고소함, 짭짤함, 상큼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쌀국수는 저녁시간에 먹어도 속이 편안해서 더더욱 좋다. 배불리 먹고 가게를 나왔을 때는 몸과 마음이 여유롭게 녹아내려 마치 목욕탕을 하고 나온 상쾌함까지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그 맛이 그립다. 내일 아점으로 무조건 쌀국수 먹으러 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