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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Mar 10. 2024

우린 스머프 아이가

함께라서 행복한 모임

이제  달이 다 되어간다. 내가 스머프가 된 지.

세 달여 동안 생긴 변화와 일상에 얼떨떨하기까지 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정말이지 만감이 교차하는 요즈음이다. 나에게 웃음을 주고, 활력을 주는 스머프들이 있어 매일이 재밌고, 기대되어 좋다.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스머프들에 대한 글은 브런치 마지막으로 장식하려 했으나, 지금의 감정이 연재를 마칠 즈음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기억은 제대로 할지 걱정이 되어 잠을 자려 누웠다가 이불을 걷어차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을 오롯이 글로 담아내지 못할 내 실력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남아있을 때 전달하기로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글을 놓고 나서 셀 수 없이 퇴고의 퇴고의 퇴고를 거치다 보면 글을 읽는 모두가 나의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지 않을까? 스머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로 희망도 해보고, 용기도 가져가고, 따뜻한 마음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타자를 두드려 본다. (사람은 꿈을 크게 가지랬다. 희망일 뿐이니 오해 마시길.)




 스머프는 6주 동안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기들의 별칭이다. 이은경 선생님의 지도로 매년 한 기수씩 탄생하는데, 우리가 그 2번째 교육생으로 지난 2023년 11월 말에 결성(?) 되었다. 각 기수마다 고유색이 있는데, 1기는 빨강이고 2기는 파랑이다. 다들 파랑으로 치장한 그룹이라 자체적으로 '스머프'라 칭하며 하나 됨을 강조하는 중이다. (알아주는 이도 없지만, 우리조차도 별칭이 무의미해져 이름을 왜 지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의 소중한 동기들♡

 물론 교육하는 과정과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글을 쓰는 와중에 소리 없이 사라진 동기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기 친목 대화창에 들어와서 눈으로만 보든, 직접 대화를 하든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잠시 함께 강의를 듣고 숙제를 공유하는 사이였기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연스레 뿔뿔이 흩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할 일만 묵묵히 했고, 강의를 듣고 숙제를 기한에 맞춰 꼬박꼬박 내기만 했을 뿐 목표가 있거나, 기대가 있진 않았다. 작가를 꿈꾸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하고 있는 거라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곳에 나뿐이 아니었다.

외향적인 사람보다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작가들의 모임터지만, 이곳은 매일 홍대 클럽만큼이나 핫해서 매일 대화글로 도배가 된다.

 스머프 채팅방은 언제나 300개 이상이 기본이다

스머프 동기들과 직접 만난 건 6주 교육이 끝나고 나서였다. 그것도 1기 선배들과 함께 모이는 자리라 200여 명이 동시에 만나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든 자리였다. 몇 안 되는 외향적인 분들과 임원을 제외하고는, 다들 옆자리에 앉은 낯선 작가명을 달고 있는 사람과 아는 척하는 정도가 다였다. 그런 자리라서 내 존재를 각인시키지 않아서 부담 없는 자리라 간 것이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좀 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는 척도 해보고 인사도 할 걸 하며 후회가 된다.

 지금이 2024년 3월 초이니, 이제야 3달 남짓 알게 된 사람들. 물론, 교육을 받는 동안 ZOOM과 그룹채팅방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긴 했지만, 그때까지는 매우 공적인 사이로, 글과 그리고 숙제 이야기만 나누는 정도였기에 우리가 스머프가 된 1일은 오프모임 그날이다. 지역별로 앉아 동향인을 만나 반가워하며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각자의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하나씩 소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루틴을 만들어 나아가기 위한 시작이 거기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지방러인 나는 가끔씩 있는 모임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해서 아직도 서로에 대해 이름, 얼굴, 나이, 사는 곳, 하는 일 등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 봤지만 본 기억이 없는 AI 같은 그들에게 매료되어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나는, 마치 영화 <HER>의 사만다 (인공지능 운영체계)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가 된 기분이다.

새벽을 함께 여는 우리.

 새벽 5시에 meet로 만나 각자의 할 일 (독서 혹은 글쓰기)을 하고 7시에 본 캐릭터(엄마)로 돌아가 아이를 챙기고 나서 약속이나 한 듯이 단체채팅창에 모여 일상을 공유한다. 도서관을 가고, 회사를 가고, 여행을 가고, 책을 읽으며 일어난 화가 난 일, 속상한 일, 좋았던 음식이나 책 등을 이야기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고, 위로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혼자 핸드폰을 붙잡고 우리끼리만 아는 농담에 눈물이 쏙 빠지게 웃거나, 개념 없는 커피숍 직원이나 남편일로 열받을 때는 내 일인 것 마냥 한숨을 푹푹 쉬며 엄지손가락을 평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쌍자음이 많이 들어가야 하고, 수많은 이모티콘도 넣어야 하니 말이다. 핸드폰 화면 속으로 들어갈 듯 초 집중하는 모습에 가족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기력하고 예민하게만 굴었던 사람이 무언가에 빠져 열정 에너지가 생긴 게 그들의 눈에도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40대에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시기라고. 그 말에 격하게 동의하며 나의 찐친을 거르고 있는 와중에 어쩌다 하게 된 모임을 통해 갑자기 인간관계가 넓어졌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인간관계가 늘어난다는 20대에도 이렇게 전국구로,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정말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르겠고, 이렇다 하는 규칙은 없는 건가 보다. 각자 열심히 살며 자리 잡은 전문성을 갖춘 스머프들을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경험 하면서 견문을 넓히게 되고,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오래된 친구인 마냥 한 순간에 친해져 대화를 하며 재미있고, 유익해지는게 너무 좋다. MZ세대 이후나 가능할 것 같았던 온라인 친구가 내 인생에 한 조각이 된 것도 신기하고, 그동안의 지인들과도 나누지 않는 진솔할 이야기로 그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매일이 감사할 뿐이다. 배울 것이 많은 동기들 덕에 부지런하게 매일을 알차게 보내는 나 자신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동기들이 잘 나가면 친척이 땅 산 것처럼 배 아프고, 밉기까지 했는데 스머프 동기들은 누구 하나라도 얼른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게 가장 놀랍다. 얼른 작가로, 인플루언서로 성공한 그들을 내 지인이라고 자랑도 하고, 우리가 쓴 미래 일기나 채팅창 대화글처럼 다 같이 성공해서 신라 호텔에서 연말 모임도 하고, 제주도에서 2박 3일로 휴양도 하는 그런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다. 언젠가 이뤄질 그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가 첫번째 출간 작가이면 더 좋고.

함께라서 행복한 슬초 브런치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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