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이 Jan 14. 2024

중학교 가는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중학교 배정 발표가 나왔다.

요즘 동네 맘카페는 중학교 배정으로 시끄럽다. 초등 6학년 아이들이 배정받은 중학교와 미리 예약해 둔 교복의 학교가 다르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교육 당국은 근거리 배정 대신 무작위추첨 방식을 도입했다. 그로인해 한 아이는 집에서 1분거리인 중학교를 1순위로 지원을 했으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생각없이 3순위에 적었던 도보 30분 거리의 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속상해 하는 학부모의 글에 자신도 2순위, 3순위로 적은 학교에 배정되었다며 당황해 하고 속상해 하는 댓글들이 속출했다. 초등 자녀를 둔 엄마들은 이 글들의 주인공이 자신이 될까 걱정하며 선배맘들을 위로하기 바쁘다. 어떤 부모는 교육청에 쫓아가 항의를 해보았지만 '3지망이여도 아무튼 지원을 하지 않았느냐, 추첨방식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며 불만을 성토하는 글을 적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동 학군지에 대한 민원을 다같이 넣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주는 일은 흔치 않기에 좀 더 성공 가능성 높은 대안을 찾는 분위기인데, 학부모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이 과연 있기는 할까? 교육당국이 상대적으로 학생수가 많은 동네의 편의만 봐준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중학교 배정에 관한 조회수가 1000이 넘는다.

 

소란 덕분에 오랜만에 1호(예비 초6) 친구 엄마들의 커피모임이 만들어졌다. 엄마들의 관심사는 온통 중학교 배정이다. 내년에 어딜 지원할꺼냐, 거기는 공동학교군으로 묶인 곳이라 배정될 가능성이 적다더라 하며 선배맘들에게 들은 정보를 공유하며 걱정하는 말들로 서로 이야기 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다 A엄마의 말에 모두 수다를 멈추었다.

"이번에 맘카페에 3지망 배정받은 B아이 있잖아요. 그 아이가 사실은 저희 학교거든요? 그 일로 저희 학교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아요. B아이를 포함해서 4명이 3지망 학교로 배정을 받았는데, 그 4명이 모두 툭하면 학폭위 열리는 유명한 아이들이고, 엄마들도 학교에 와서 큰소리 몇 번 쳐서 일 키우고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들의 입김도 배정에 반영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1지망으로 지원한 그 학교가 옆 동네에서도 지원할 만큼 가장 면학분위기가 좋은 학교잖아요. "

B아이의 엄마는 맘카페서 운영진이라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그 분의 성향과 B의 일상은 카페 회원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속칭 고슴도치 진상 엄마였다. 그래서 A엄마의 이야기가 더 솔깃했고 그럴법 하게 들렸다. 사실일리 없지만 믿고 싶은 이야기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아이는 3지망으로 배정받을리는 없을테니말이다. (나 또한 고슴도치 엄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동네만의 일은 아니다. 매 년 학령인구가 줄고 있음에도공동주택 개발지와 학군지에서는 학생들의 쏠림으로 학부모들의 근심이 짙어지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학생 수요 예측을 실패한 교육 당국의 졸속행정이 더 이상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 교육청과 강북·강남교육지원청은 위와 같은 상황과 오해를 줄이고자 시교육청 집현실과 각 교육지원청에서 2024학년도 후기 일반계고등학교· 중학교 신입생 배정 기준번호를 공개 추첨했다고 한다. 추첨식은 학생, 학부모, 교사, 소속 공무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첨자 8명을 선정해 순서를 정한 후 기준번호 8자리를 공개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정 결과는 입학추첨관리위원회 배정 심의를 거쳐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배정통지서 교부와 함께 발표하고, 이날 같은 시간 강북·강남교육지원청 누리집에서도 배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기준번호 추첨식을 공개해 중학교 배정에 이해를 돕고, 신뢰도를 높이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지역별이 아닌 교육 당국에서 중,고등 학생 밀집 지역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분산화와 형평성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주었으면 좋겠다.


내년 이 맘때 불만과 속상함이 가득한 글을 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병원은 언제 가야 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