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이 Apr 12. 2024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오랜만에 아빠에게 편지를 써.

거기 생활은 좀 어때? 여기보다 나아?

예전에는 꿈에라도 나타나서 안부 전하더니 요즘엔 꿈에도 안 나오더라.

하늘의 삶이 좋아서 그런 거라면 이해해 줄게.


이곳은... 아빠가 있을 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단지 아빠가 없는 엄마가 외로움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만 빼고 말이야.

부부라는 게 그런 건가 봐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찾게 되는 관계.

아무리 자식이 있고, 친구가 있어도 결국엔 배우자만 남는다더니 그 말이 진짠가 봐.


나도 아빠가 그립지만, 엄마만큼은 아니겠지.

그래도.

그럼에도.

난 아빠의 장난이 그립고

아빠의 무심한 듯한 배려가 생각나고

아빠의 큰 웃음소리가 자꾸 떠올라.


그때 우리 진짜 행복했었는데 말이야.


우리 애들이 할아버지를 얼마나 좋아했을까

아빠는 우리 애들이랑 진짜 잘 놀아줬을 텐데...


특히, 둘째는 아빠를 많이 닮았어.

고집부리는 것도, 만들고 고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허세 부리는 것도...

하다못해 나이에 연연하는 것까지 말이야.

어쩌면 둘째 덕에 아빠를 잊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덕분에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도

아빠랑 함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 참 많아.


많이 보고 싶은 아빠.

생각만 해도 눈물이 차오르는 우리 아빠.


가끔은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해서는 안 되는 생각들도 하지만

지금 아빠를 만나면

아빠가 날 안 볼 거라는 걸 아니까

좀 더 버텨볼게.


지금처럼 가정 잘 꾸리고, 엄마 챙기면서

내 할 일 다 하고 아빠 만나러 갈게.


아빠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

우리 애들한테 다 쏟아 주고 갈게.


그러니까

하늘에서 나 좀 지켜봐 줘.


그리고,

꿈속에 자주 놀러도 와줘.


그리고.....

나 좀 살게 해 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린 스머프 아이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