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情 입니다
초코 파이를 소개합니다
브런치 에디터픽에 초코파이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동기글이 Daum 메인 창에 올라왔다며 채팅창에 모두 모여 함께 기뻐했다. 그 사이에서 혼자 대화글을 보며 피식 웃는 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다. 그 사이에는 '초코파이'를 작가명으로 개명하신 분도 계셔서 더 인상적이었다.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름 '초코파이'는 우리 가족에겐 좀 더 특별하다. 초코 파이는 우리 가족에게 사랑이자 행복이고 위안이다.
'초코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초코파이'와 내가 연상하는 '초코 파이'는 다르다. 우리 집에서는 '초코'와 '파이'사이에 띄어쓰기를 꼭! 해야 한다.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띄어서 읽거나 각각 떨어트려 읽어야 의사소통이 된다. 왜냐하면 초코 파이는 우리 가족에겐 반려 동물이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이란 명칭을 대체하자는 캠페인의 등장으로 한국에서는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2011년 초가을, 독립을 하게 된 동생을 위해 엄마가 지인으로부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를 입양해 왔다. 슈나우저와 뭐의 혼혈이라던데, 말이 좋아 혼혈이지 그냥 잡종이다. (동생이 보면 뭐라 하겠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어려서인지 유독 까만 그 강아지는 우리 집에 온 지 하루 만에 익산에 사는 동생에게 갔고, 그 후로 동생이 집으로 놀러 올 때마다 함께 오는 낯설고도 친숙한 강아지 '초코'가 되었다. (동생이 지은 이름이라 왜 그렇게 지었는진 물어보지 않았다. 남매 사이란 그런 것이다.) 초코는 동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쑥쑥 자랐다. 여느 집처럼 예쁜 옷이나 좋은 집이 있진 않았지만, 주인이 다니는 모든 장소를 함께 누비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서인지 특별히 교육을 받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예쁨 받는 법을 터득했다. 화장실 가리는 것뿐만 아니라, 눈치껏 주인이 귀찮아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할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개가 간식을 먹으며 배운 발을 내밀거나, 몸을 뒤집는 등의 고급 기술을 하지 못함에도 사랑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이름 : 초코
생년월일 : 2011년 초에 태어남. (아무도 기록을 안 해놔서 연도만 안다.)
성별 : 여
특기 : 몸으로 의사 표현하기
(빙그르르 돌기 = 밥을 달라, 발로 툭툭 = 이불을 덮어라. 드러눕기 = 안마해라)
취미 : 먹기 (풀, 똥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음 주의)
결혼을 하면, 자신을 닮은 아이가 보고 싶어지는 남자들의 동물적 본성이 반려동물에게도 적용이 되나 보다. 잘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늘 함께 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동생 놈이 초코를 닮은 새끼를 낳을 거란다. 초코의 의사는 무시한 채... 그렇게 초코는 세상에 나온 지 2년 만에 3일의 신혼생활을 하고 이혼을 했다. 그리고 허니문 베이비로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여기서 유일한 암컷인 '파이'는 누구일까요?엄마 이름이 '초코'인 덕에 새끼의 이름은 '송이', '라테', '쿠키', '밀크' 그리고 '파이'가 되었다. 그중 건장한 수컷 4마리는 입양을 보내고, 유독 작고 약한 막내딸 '파이'만 초코와 함께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런 저러한 이유로 초코와 파이는 현재 우리 집에서 1호. 2호와 서열싸움을 하며 매일 시끌벅적하게 지내고 있다.
이름 : 파이
생년월일 : 2013년 5월 1일
성별 : 여
특기 : 스스로 이불속으로 들어가기,
사람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기.
취미 : 잠자기
초코랑 파이를 우리 가족이 키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임신을 했고, 출산을 하고 3개월 후에 또 임신을 했기에 우리 집은 늘 정신없고 바빴다. 동물을 키울 여유는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이 댕댕이들이 우리 집에 있게 된 것은 100%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좋았고, 강아지들은 아이들이 먹다가 흘린 음식을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친정엄마나 동생이 초코와 파이를 데리러 가려고 하면 아이들은 울었고, 강아지들은 숨었다. 장기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울 때에 엄마집에 강아지들을 맡겨놓으면 초코 파이가 현관을 바라보며 낑낑 소리를 내며 우는 동영상이 늘 메시지로 날아왔다. 하릴없이 그녀들은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어차피 아들 둘 키우느라 집이 난장판이니, 개가 온다고 한들 별차이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라 했던가? 그래서인지 이들의 서열은 매우 분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인지 태생 연도에 따라 서열을 정확하게 세웠다.
2011년생 초코, 2012년생 1호, 2013년생 파이, 2014년생 2호.
초코는 1호와 2호가 귀찮게 하면 매우 엄격하게 으르렁거리거나 달려들었고, 나나 남편에게는 언제나 꼬리를 내리고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 반면 파이는 몸통이 500ml 물병 정도로 작아서 할머니 나이임에도 강아지로 취급받을 정도라 겁이 많다. 그런 파이도 유독 2호에게는 왈왈 짖곤 하는데, 더 재미있는 건 2호의 부름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들이 파이의 어설픈 연기에 웃고 있으면 2호는 매 번 울상이 되곤 한다. 개와의 서열이 이렇다 보니 어이없는 일도 생긴다. 파이가 항상 2호보다 높고 푹신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2호가 바닥에 앉으면 방석 위에 앉고, 소파에 앉으면 팔걸이나 사람 무릎에 앉는다. 물론 그 외의 가족들이 앉는 자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집에 있거나 편한 곳에 누워있는다. 이럴 때마다 2호는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2호보다 늘 더 높은 곳에 있는 파이
이렇게 가끔씩 웃음을 주는 행복도 있지만, 평상시 초코 파이에게서 얻는 위로와 행복은 훨씬 크다. 반려'동물'이기에 함께해 주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초코 파이인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위안이 되는 순간은 따스한 체온을 나누며 같이 이불을 덮고 누울 때와 박세리 전 선수처럼 강아지를 안고 발꼬랑내(?)를 맡는 순간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나 혼자 산다'에서 전 골프선수 박세리가 나와 개들의 발 냄새를 맡는 장면이 매우 공감되었을 것이다. 개가 좋아서 키우는 게 아닌 나조차도 그녀의 행동에 격한 끄덕임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자주 깨끗하게 씻겨도 개들의 발에서는 특유의 향이 난다. 항상 맨발로 다니다 보니 발바닥 땀샘에서만 유일하게 땀이 나와 세균이 증식하기 때문인데, 그중 슈도모나스 균이 약간 고소하고 프로테우스 균은 달달한 향을 가지고 있어 그 균들의 향이 섞여 특유의 발냄새를 나게 하는 거란다. 그 균의 이름이나 냄새의 출처까진 알 필요 없지만, 중요한 건 반려동물은 우울하고 외로운 마음에 큰 위안과 행복을 가져다주어 그의 발냄새까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혼자 있을 때, 울고 있을 때, 멍하니 있을 때... 나는 그들에게 늘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늘 고맙고 사랑스러운 내 새끼들이 이제 할머니가 되어 검버섯이 피고, 흰털이 난다. 산책도 힘들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나보다 먼저 오르던 계단 앞에서는 오를 엄두조차 못 낸다. 개는 사람보다 빨리 늙는다지만, 너희들은 내가 우리 애들 키우듯 키웠으니 사람처럼 더디게 늙었으면 좋겠다. 우리 조금만 더 같이 있자.
우리 함께 조금만 더 행복하자.
나의 행복, 초코 파이
P.S.
내 실내화에 오줌 싼 녀석 누구니?
개는 우리의 삶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개는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만든다. -로저 카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