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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Mar 25. 2024

라떼는 혈액형, 요즘은 MBTI?!

<성격으로 읽는 똑똑한 독서법, 독서왕 1급 비밀>  김종순, 백정

"걔 A형이잖아. 소심해서 그래. 네가 이해해"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만 해도, 소개팅 공통 질문은 '혈액형'이었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제멋대로,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 O형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라고 혈액형별로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우스갯소리로 "그럼~이시겠네요?" 하며 대화의 흔한 물꼬였다. 돌이켜보면 혈액형의 영향력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O형인 누구에게나 수혈을 해 줄 수 있어서 나중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친구라며 모든 친구들이 나에게 팔짱을 끼었고, 혈액형별 성격을 그 사람의 성격으로 대신해 넘겨짓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21년부터 혈액형이 아닌 MBTI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MBTI를 본인을 위한 핑계로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할 만큼 대세가 되었다.

아마도 요즘같이 모든 정보가 빠르게 흘러가고, 인간관계를 카테고리화하는 시대에서 상대방을 빠르게 파악하는 무언가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MBTI 같은 장치가 생긴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MBTI이전에 혈액형과 별자리, 심리테스트가 존재했던 것처럼.




혈액형도 MBTI도 결국은 성격유형을 구분하기 위함이다.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있고, 나의 성향에 맞게 진로나 습관 등을 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왕 1급 비밀>이라는 책은 아이의 성격을 크게 8가지로 분류하여 독서의 스타일을 성향에 맞게 지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을 읽으며 이 방법이 아이에게 맞을 수 도 있을 것 같아 열심히 두 아이의 성향을 테스트하고, 이 아이들의 지도법에 밑줄을 그었다.


우리 아이 독서 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기질'을 아는 것이다.


이 책을 쓰신 김종순, 백정희 작가님은 독서지도사로서 독서와 관련된 강의를 꾸준히 하시는 전문가이다. 이 분들을 실제 아이들의 독서 코칭을 하면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며 원인을 연구하고, 문제점을 고쳐주면서 독서도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 유형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전에 말했던 8가지의 성격 유형은 <행동형>, <규범형>, <탐구형>, <이상형> 4가지로 나누었는데, 이 4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이 중 2~3가지의 성향이 섞여서 나타나는 결합형 성향과 단일 성향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 혈액형과 MBTI와는 구별되는 점이었고, 사람은 결합형 성향이 맞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MBTI만 해도 그렇다. T라고 매 순간 이성적이고 냉철하지만은 않다. 대문자 T인 나는, 지난 주말에도 오랜만에 <도깨비>를 정주행 하며 도깨비의 칼을 뽑는 은탁이를 보며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이렇듯 혈액형, MBTI는  어느 하나에 국한되어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으로 얼굴에서 눈, 코, 입만 보여주는 정도일 수 있다. 

8가지의 성격유형

[행동형]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으로 활발하고 솔직하며 의리 있고 두뇌회전이 잘되며, 순발력이 좋은 유형.
[규범형] 책임감이 강한 성향으로 성실하고 규칙과 원칙을 중시하며 꼼꼼하며 기억력이 좋은 유형
[탐구형] 자신의 관심분야에만 집중하는 성향으로 상상력이 풍부하며 또래들에게 무관심한 편
[이상형] 감성적이며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마음이 따뜻한 성격의 유형
[행동탐구형] 관심분야에 몰입하며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유형
[행동이상형] 아이디어가 많으며 재치 있고 명랑 쾌활하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유형
[규범탐구형] 원리원칙과 공정함을 우선으로 하며 끈기 있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유형
[규범이상형] 마음이 따뜻하며 남을 위한 일이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우리 아이를 유형별로 각각 분류하여 성격분석을 한 후, 성향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고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경험하며 느끼고 관찰한 것에서 부족한 부분의 해결법을 제안해 우리 아이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어 집중도 되고 재미도 있어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후루룩 읽게 되어 좋았다. 성격에 따라 독서하는 방법도 다르니, 그에 맞추어 알맞게 독서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을 했고, 그 해결책에 한 번쯤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중 책 속에 부록으로 들어가 있는 "성격 검사표"로 우리 가족의 성격을 찾고, 작품을 통한 성격유형 카드놀이는 아이를 불러 바로 해보며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맞아, 나는 대충 빠르게 읽어."

"그거 좋은 거 아냐."

"그런다고 거짓말할 순 없잖아. 그게 더 나쁜 거야."

"그럼 너는 규범형이네."

"규범형은 좋은 거야?"

"이건 좋고, 나쁜 게 아니야. 내가 어떤 성향인지 알아보는 거지."




아이와의 시간을 잠시 갖은 후, 다시 집중해서 책을 읽어본다. 1호의 내용은 노란색, 2호는 하늘색 형광펜으로 그어가며 혼자 히히덕 웃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작가와 내가 아이들 험담 하며 우리끼리 재미있어하는 기분이랄까? 

"가끔 똥고집을 부린대. 완전 대공감."

"크크큭.  딴생각이 많대. 이 녀석 학교 가서 집중은 하려나 몰라"

"용돈이 3일 만에 0원? 무슨 소리야, 하루면 끝나는데~"

작가의 글에 맞네, 안 맞네 그래서 좋네, 힘드네를 적으며 힐링타임을 갖는 건 이 책이 주는 덤이랄까? 아무튼 즉흥적인 아이는 계획하는 법을 가르치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런 성향을 인정하고 그의 스타일 대로 게임이나 한 챕터씩 읽기 등을 추천한다. 이런 해결책이 아이에게 딱 맞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에게 재미와 힐링을 선사했고, 아이의 성향을 들여다보며 이해할 시간을 주며, 해결책을 따라 해 봄으로써 아이에게 맞는 방향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단 하루라도 소리치지 않는 날을 만들기 위해서 교육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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