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수면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람마다 같은 장애여도 증상이 다를 테지만, 나의 경우는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아서 하루 종일 졸리고, 막상 자려고 하면 잠이 안 왔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만성 피로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만 여겨 고칠 생각 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의 수면패턴이다. (수면 외에 다른 증상들도 마찬가지다.) 약을 복용하면서 누우면 바로 잘 수 있고, 자고 일어나면 휴식을 취한 기분이 드는 개운함이 나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며, 왜 이 약을 이제야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숙면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구나. 이래서 잘 자는 것도 복이라 하는구나.
동시에 어쩌면 우울증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나를 잡아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면서도 주변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불안함의 연속이던 내 유년기가 떠오르면서 슬프고 불쌍했다. 그때였구나. 그때부터였구나..
이제부터 행복해지면 되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원인을 알았고, 치료를 하고 있으니 기분도, 증상들도 모두 좋아지리라. 다섯 번의 약 교환이 끝나고 주된 약이 정해지면서 서서히 호전되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효과가 나타난 것은 잠인데, 앞서 말했듯이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경험하는 중이다. 이젠 밤잠을 제외하고는 누워있는 시간이 없다. 무기력함과 불안감은 아직 남아있지만 그런 감정을 잠으로 회피하던 모습은, 비상약과 호흡 등으로 방법이 바뀌었다. 큰 변화였다. 가족들이 가장 싫어하던 내 모습이 사라졌기에 나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만족하고 있어 더욱 좋은지도 모르겠다.
아이유의 일상적 정서가 소재로 쓰인 '지은이의 작사'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아이유가 본인 앨범의 프로듀서가 되면서부터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작사한다.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과 상황이 맞물려 아름다운 가사들이 탄생한 건 더 설명할 건더기도 없다. 그중 '밤편지'와 '무릎'이란 곡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 두 곡은 '잠'이라는 소재로 만든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곡들을 애정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 이길 바라요.
위의 가사는 <밤편지>의 가사 중 일부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어 이 곡으로 상을 받은 아이유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오늘 하루 동안은 마음껏 즐겁게 보내고 축하하다가 모두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
<밤편지> 이전에도 아이유는 <무릎>, <자장가>, <겨울잠> , <수면> 등 '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묻자, 아이유는 이렇게 답했다.
불면증을 오래 앓은 이후부터는 누군가와 문자를 하거나 같이 있다가 먼저 잠이 들면 그게 그렇게 서운했다. 누군가의 수면이 서운한 일이 되어버리고 숙면을 응원하는 게 옹 절해 졌으며 '잘 자'라는 말에 인색해졌다. 하지만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랑은 상관없이 '네가 잘 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의 숙면을 바라는 게 사랑이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처럼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 아이유가 말하는 이 말은 '불면'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공감을 안 할 수 없었다.
수면 장애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검은 잉크가 흰 종이를 점점 물들이듯 작고 사소한 요소들이 쌓여 수면 장애를 만들어 내곤 한다. 사소한 일에도 불안함을 느끼거나 우울함을 느끼면 수면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불안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장애에 대한 걱정과 우울감이 잠을 못 이루게 만드는 것이다. 대게 이러한 생각은 잠자리에서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결국 '수면 장애'라는 악순환으로 본인에게 돌아오게 된다. 만약 잠에 잘 들지 못하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내가 잠에 잘 들지 못한다면 너무 걱정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잠은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오늘은 모두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드는 행복한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