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로 보는 활용방안
우리 주변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그대로 3D로 구현해 시공간의 장벽을 허물겠다고 한다. 하지만 3D 공간은 아직까지 불편하고 교육, 업무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에서 무엇인가를 대체해야 할 필요성을 아직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문화공간 갤러리, 박물관 등의 공간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기존에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이미 360도 실사 이미지들로 구성된 온라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가볍게 즐겨볼 수준이다. 가독성과 몰입감이 떨어지고 내가 가보고 싶은 공간을 로드맵 이미지로 확인해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내에서 VR 체험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관람 인원이 한정적이고 멀미와 수준 낮은 그래픽, VR 기기와의 호환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어 VR 전시관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시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문화공간(관광지, 박물관, 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메타버스에서 사용자들을 확보하는것이 일반적으로 어렵다. 박물관, 미술관 같은 경우 내가 저 공간에 직접 다녀왔다는 것에 높은 만족감을 느끼는 대표적인 공간들인데 아바타로 그 만족감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①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모나리자'
② 제페토 뮤지엄:르네상스에 있는 '모나리자'
제페토 월드에서 내 아바타가 모나리자 그림을 본다는 것은 신기하고 독특한 경험일 수는 있지만 가치 있는 경험까지는 아니다. 사람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직접 '모나리자' 보고 SNS에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반면에 메타버스에서 모나리자 '이미지’를 발견하더라도 SNS에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그 공간으로 직접 가지 않으면 실제로 볼 수 없다는 그런 대체 불가능한 점이 더욱 가치를 높여준다.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내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경험이 대중적으로 가치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제페토 월드의 '모나리자'와 함께 있는 자신의 아바타를 왜 SNS에 올리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럴듯한 공간에 이미지를 붙여놓은 것이고 그 이미지는 구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이미지 픽셀이라는 것에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가짜 공간에 가짜 그림을 걸어놓은 3D 공간에서 무기력하게 서 있는 아바타. 그 공간 역시 가치 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 미술관은 방문층의 연령대가 메타버스(제페토 기준) 사용 연령대보다 높은 공간이기도 하다. 만약 공간들을 굳이 3D로 구축한다고 해도 한번 접속해보고는 불편함에 실망하거나 아예 접속하지도 않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다.
오프라인 작품의 가치를 동일하게 만들 수 없다면 오프라인 공간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한다. 굳이 똑같이 사각형 판넬에 PNG, JPG 파일을 올리는 걸로는 사용자들의 이목을 끌 수 없다. 실제로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제페토의 제휴로 만들어진 3D 공간은 어떻게 박물관과 미술관이 메타버스를 활용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 예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문화유산인 '반가사유상'을 제페토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의 전시관이 아닌 동산과 동굴에서 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에 나온 '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는 제페토 월드는 공개 후 4일 만에 95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방문 93%가 해외 사용자일 정도로 해외 사용자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기존 미술관 월드인 '제페토 뮤지엄:르네상스'와는 다르게 미니게임 요소와 반가사유상의 자세를 내 아바타가 따라 하는 등의 즐길 요소들이 추가되어 있다. 그저 바라만 보는 공간이 아닌 문화유산과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만든 것이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뿐만 아니라 여러 박물관 역시 박물관의 대표 유물들을 이 같이 색다른 공간으로 재해석한다면 문화유산 콘텐츠 역시 충분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아바타를 이용해 오프라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번거로운 움직임이다는 것을 이제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 시간 넘는 시간을 미술관, 박물관에서 걷는다고 생각한다면 벌써 다리가 아파올 것이다. 실제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3D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었는데 실제와 같아야 한다며 아바타가 걸어서 작품에 간다는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 너무 비효율적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작품과 아바타를 연결해주는 공간으로 사용해야한다. 보고 싶은 작품 썸네일을 선택하면 바로 앞으로 이동한다거나 썸네일을 클릭해서 작품과 같은 3D 공간으로 들어간다거나 그런 온라인 공간만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작품을 클릭하면 공간으로 들어가 반 고흐의 의자에 내 아바타가 앉아 본다거나 색을 잃어버린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작품을 메타버스에서 비슷한 색상의 아이템을 모아 작품을 완성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갤러리, 미술관 역시 충분한 메타버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일반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클릭하면 작가의 아바타가 직접 도슨트가 되어서 설명을 해주는 방안도 온라인 갤러리만의 특색이 될 수 있다
갤러리나 박물관에 보드를 타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편하게 다니면서 빠르게 내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면 지루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제페토에서는 가능하다.
문화공간에서는 조용하게 관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빠르게 보드로 이동할 수 있다. 굳이 현실처럼 미술관에서 무조건 걸을 필요는 없다. 보드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월드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면세점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심지어는 백화점에서 간이 로켓을 타고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들이 제페토에서는 가능하다.
제페토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맺으면서 오프라인 공간들을 굳이 그대로 제페토 월드로 옮겨오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다양한 변화를 주어 특색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렇듯 현실에 있는 공간을 제페토 공간으로 가져오지만 제페토만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무리 이쁘고 멋지게 3D로 구현했다고 해도 할 것이 없으면 단발적인 경험으로 끝나게 된다. 아바타 역시 많은 의상과 아이템이 있더라도 목적이 없다면 아바타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고 또한 3D 공간에 쉽게 질리게 된다.
문화공간 같은 경우 현실에서는 딱딱해 보이고 보수적인 면이 강한 공간이기 때문에 변화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 현실과 똑같이 공간을 제작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제페토'와 같이 사용자가 그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할 정도의 모습만 갖추고 여러 즐길 요소들을 넣는다면 온라인 갤러리, 박물관도 사용자들에게 환영받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