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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옌데 Jun 21. 2020

돈이 가진 본성에 관하여

저언혀 어린이답지 않은 동심 이야기.

  제가 아주아주 어렸을 적의 일입니다.



  때는 명절이었어요. 저는 백의민족의 오랜 관습에 따라 형형색색의 전통복식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태어난 분들에게 '오래 사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겠다'는 뜻을 담아서 최소한의 예를 표시해야 하는 날입니다. 정해진 순서에 맞추어 허리와 팔과 다리를 굽히는 퍼포먼스를 수행하면 됩니다. 저는 그 보답으로 고사리 같은 손에 알량한 지폐 몇 장을 움켜쥐었답니다.


  보통 그 연령대의 젊은이들은 동네의 조촐한 소매점으로 서둘러 이동합니다. 달한 식품을 쇼핑하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가장 먼저 부모님께 달려갔습니다. 그 돈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전달하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엄마, 이 돈은 내가 안 가질래요. 엄마가 가져요.”

“와그라노 성호야?”

“돈이란 건, 가지고 있을수록 점점 더 많이 가지고 싶어 지니까요.”


  그러고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고 합니다. 제가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 증언의 신빙성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 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서 어린 나에게 정말 진지하게  번 부탁하고 싶습니다.


 - 너 그렇게 푼돈 무시하다가 나중에 커서 월셋집 전전하면서 개고생하게 된단 말이야... 조금만 더 나이에 맞게 평범하게 행동해주면 안 되겠니...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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