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마음의 감기’라 한다. 우울증을... 그렇다면 나는 요즘 만성 감기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날씨의 아이’도 아닌데, 흐린 날이 이어지는 게 숨이 막힌다.
영국에 처음 갔던 해, 스코틀랜드의 가을은 잿빛이었다. 오후 세 시면 어둠이 내려앉고, 축축하게 젖은 공기가 천천히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맑은 날을 세어보는 게 버릇처럼 되었고, 그 어둠에 익숙해지는 데 꼭 1년이 걸렸다. 요즘이 간간히 그때 같다. 서늘한 날씨와 흐린 하늘, 공기 중 눅눅함을 벗겨내고 싶다.
다른 게 있다면, 그때보다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인가 싶지만 정말 그렇다. 행복하다. 그런데도 몸은 여전히 축축하게 젖어 무겁다. 이 이상한 느낌이란, 마치 빛이 닿지 않는 공간 한구석에서 웅크렸다 몸을 펼치며 느릿하게 헤엄치는 듯한 감각이다. 여기 있으면서 여기가 아닌 것 같은, 이 모든 게 거짓말 같은.
10월이 되고, 달리기를 이어가며 근력운동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햇빛 테라피 조명기구를 들였다. 예전에 쓰던 램프는 지난 공간에 놓고 왔다. (챙기지 못한 게 그것뿐일까 싶지만.)
너무 괴로우면 습관적으로 나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의 밑바닥엔 소망이 숨어 있다. 고통이 멎고, 다시 숨을 쉬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내가 보고 만지는 여기 모든 것이 진짜라는 확신의 온기를 붙잡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