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단상 - 장식 논쟁

by 이민정

동덕여대 근처를 지날 때마다 한 건물을 바라보면 늘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서양 건축사와 한국 근현대 건축에서 빠질 수 없는 장식 논쟁. 이 건물의 외관에는 전통 건축 요소들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공포(栱包)와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장식, 한국 (혹은 좀 더 넓게 동양...?!) 전통 문양을 떠올리게 하는 패턴, 옛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다양한 형태와 출처를 알기 힘든 어떤 모양들까지,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 위에 얹혀 있다. 전통 건축의 전통적 이미지가 장식 기호로 변환된 건축의 결정체로 보인다. 언젠가는 이런저런 논쟁과 생각을 글로 정리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게 오늘이다.

이 글은 특정 종교나 건물을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장식에 대한 오래된 논쟁을 순수한 건축 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본 결과물임을 밝힌다.

건축에서 장식은 오랫동안 권력과 문화의 언어였다. 그러나 동시에 장식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어떤 시대에는 장식이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고, 또 다른 시대에는 미적 타락이나 문화적 퇴행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바로크 건축에서 19세기 미국의 빅토리아 양식 모방, 그리고 현대의 키치 건축과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장식의 역사는 단순한 양식 변화가 아니라 건축이 사회와 맺는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17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바로크 건축은 장식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교회는 신앙의 감각적 경험을 강조하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바로크 건축은 감정과 체험을 강조하는 공간 언어로 발전했다. 곡선형 평면, 역동적인 공간 구성, 강렬한 빛의 연출, 조각과 회화의 통합은 모두 인간의 감각을 압도하기 위한 장치였다. 로마의 교회나 베르사유 궁전을 경험하면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감정을 움직이고 권위를 체험하게 하는 하나의 연출된 장면임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장식은 과잉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정치적·종교적 권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였다.

바로크 건축은 감정을 움직이고 권위를 체험하게 하는 연출된 장면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장식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진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미국에서는 유럽 건축 양식을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 건축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역사적 양식을 혼합하는 특징을 보였다. 미국 도시의 주택이나 저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잡한 지붕선, 장식적인 목조 트림, 과도한 파사드 장식은 유럽 귀족 문화의 상징을 차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식은 더 이상 종교나 왕권의 권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흥 부르주아 계층의 사회적 성공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 유럽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던 장식은 미국에서는 맥락을 잃고 외형적 스타일로 소비되기 시작했고, 장식은 권력의 상징이라기보다 부와 취향을 보여주는 표지로 변했다.

샌프란시스코 Painted Ladies. 19세기 빅토리아 건축의 대표적 사례로 장식적 목조 디테일과 화려한 색채가 특징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장식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강해졌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는 1908년 발표한 글 「장식과 범죄(Ornament and Crime)」에서 장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문화의 진보는 일상적 사물에서 장식이 제거되는 과정이다.

로스에게 장식은 단순한 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장식이 불필요한 노동과 자원을 낭비하며 산업 사회의 합리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역사 양식을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건축을 비판하며, 건축은 시대의 정신을 정직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모더니즘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르 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장식을 제거하고 구조와 공간의 순수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식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더니즘이 장식을 철저히 배제한 이후, 20세기 후반의 건축은 다시 장식과 역사적 형태를 호출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키치(Kitsch)라는 개념이다. 키치는 값싼 감동을 만들어내는 모방적 미학을 의미한다. 건축에서 키치는 역사적 양식의 표면적 모방, 과장된 장식, 이미지 중심의 공간을 특징으로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건축이나 테마형 카지노 건축에서는 이집트 피라미드, 파리의 개선문, 베네치아 운하 같은 역사적 이미지가 실제 맥락과 상관없이 관광 상품처럼 재현된다. 건축은 더 이상 구조적 질서나 공간의 논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경험을 소비하는 무대가 된다.

베네치아 운하, 르네상스 건축, 유럽 광장 이 전부가 하나의 테마 공간으로 재현된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호텔.

흥미로운 점은 일부 건축가들이 이러한 키치를 단순히 비판하는 대신, 오히려 그것을 건축 언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장식과 역사적 인용을 다시 건축 언어로 끌어들였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근대건축의 대명제 "덜어낼 수록 풍성하다(Less is more)"를 "단순한 것은 지루하다(Less is a bore)"로 바꾼 것으로 유명한 로버트 벤투리를 대표로 찰스 무어, 필립 존슨 같은 건축가들은 모더니즘의 엄격한 기능주의를 비판하며 건축이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에서 고전적 기둥이나 페디먼트는 더 이상 권위를 상징하는 요소가 아니라 문화적 인용이자 건축적 아이러니로 사용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와 데니스 스콧 브라운의 시애틀 미술관(Seattle Art Museum)
고전적 페디먼트 형태, 그러나 구조와는 무관한 장식의 550 Madison Avenue (AT&T Building으로도 알려져 있다.) (Philip Johnson)

이러한 논쟁은 한국 현대 건축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특히 건축가 김중업의 작업을 둘러싼 논의에서 종종 등장한다. 김중업은 한국적 건축의 정체성을 현대 건축 속에서 찾으려 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건축에서 보이는 전통적 형태와 장식적 요소들이 구조적 원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전통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차용한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건축이 한국적 공간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전통 건축의 형태가 이미지적 장식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논쟁은 결국 같은 문제로 돌아온다. 전통은 단순히 형태로 재현되는 것인가, 아니면 공간의 원리와 건축적 사고 속에서 계승되는 것인가.

전통 공간의 현대화인가, 전통 이미지의 장식화인가. 김중업의 재한유엔공기념공원(좌), 주한 프랑스대사관(우)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 보면 장식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 장식은 권력과 신앙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 19세기 미국에서는 그것이 사회적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20세기 모더니즘은 장식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제거하려 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장식을 다시 불러와 아이러니와 문화적 인용의 도구로 사용했다.


그래서 다시 떠올리게 된다. 공포를 연상시키는 장식과 전통 문양이 현대 콘크리트 건물 위에 얹혀 있는 그 장면은 단순한 양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통이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이미지로 변환되며, 어떻게 다시 건축 속에서 사용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건축에서, 아니, 그 어떤 예술사에서 장식에 대한 논쟁, 무엇이- 어디까지가 진짜냐는 논쟁이 끝나는 때가 과연 오기나 할까.

내 귀에 걸린, 없으면 아쉬운 작은 귀걸이, 어느새 지워져 버리는 립스틱 같은 것.

하지만 그 사소한 것이 때로는 순간의 연약한 존재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증명하는 셈 아닐까...

장식의 힘은 크다는 것을.



참고문헌

Adolf Loos. Ornament and Crime: Selected Essays. Riverside: Ariadne Pres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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