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창문 이야기
요트, 크루즈 같은 배에서 동그란 창을 보신 적 있나요? 요즘엔 기술이 발전하여 배에서도 큰 창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기술이 막 발전하기 시작하던 초창기 배들의 창은 특히 작고 둥근 형태였습니다. 포트홀(port hole)이라고 불리는 이들 창문 형태는 배에서 시작하여 비행기, 우주선에도 적용됩니다.
창이 작은 이유는 작은 면적이 압력변화 대응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 곡선은 직선에 비해 압력을 더 유연하게 분산할 수 있어 균열 파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지요. 코너가 완전히 직각으로 꺾여 있는 형태보다 밀폐하기도 쉽습니다.
둥근 창은 건축 분야에서도 전통건축에서부터 현대건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건축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름달을 닮아 요즘엔 ‘달창’으로 부르기도 하는 원형창은 서양건축사에선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형창문 유형의 하나로 오쿨루스(Oculus)를 들 수 있는데요. 라틴어로 오쿨루스는 ‘눈’(eye)을 의미합니다. 동그란 눈으로 세상의 빛을 보고 소통할 수 있으니 둥근 창과 딱 어울리는 단어란 생각이 들지 않나요?
오쿨루스는 판테온에서부터 고딕성당의 장미창 등 흔히 나타나는 서양건축의 특징입니다. 프랑스어로 "소의 눈"(oeil de boeuf, bull's eye)이라고도 알려진 원형 또는 반원형 창은 석재나 벽돌 아치를 기본으로 만들었어요.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건축 재료가 등장하고 건축 기술지식도 발전합니다. 기본적인 기하학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개구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죠. 그러나 이러한 원형 창은 근현대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계속해서 적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