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대표하는 근대 창호시스템
‘평양냉면’, ‘춘천닭갈비‘, ’ 전주비빔밥’, ‘부산돼지국밥’…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창호시스템’이 있습니다. ‘시카고 창’(Chicago window)이 대표입니다.
시카고 창은 모듈화되어 있는 19세기 근대 창호시스템입니다. 시카고 창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중앙은 큰 창으로 고정되어 있고, 좌우에 폭이 좁고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는 창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건축가 윌리엄 르바론 제니가 1884년 시카고 홈인슈어런스빌딩(Home Insurance Building)에 최초로 사용했으며, 루이스 설리번이 1899년 카슨 파이리 스콧 빌딩(Carson, Pirie, Scott and Company Building)에 적용합니다.
시카고 창은 유리 제조 기술과 강철 구조 틀이 발전하며 가능해졌고, 이후 고층 건물 발전을 주도한 ‘시카고 파’(Chicago school) 스타일의 결정적인 특징이 됩니다.
그리고 혹시 알고 계셨나요? 시카고 창에는 별칭이 있어서 ‘팔라디오 창’, 혹은 ‘베네치아(베니스) 창’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창문 디자인이 베니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르네상스 건축가 팔라디오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에요.
고대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에는 세 부분으로 나뉘는 아치형 창문을 볼 수 있는데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양식을 본떠서 만든 팔라디오의 건물들에서 종종 유사한 형태의 창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팔라디아나 바실리카(Basilica Palladiana)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개구부(1600년경)입니다. 치장을 중시하던 기존 건축 경향에서 벗어나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성능 덕분에 산업혁명 이후 여러 방식으로 변형되며 국제적으로 확산됩니다.
스코틀랜드의 18세기 덤프리스 하우스(Dumfries House) 창문을 포함하여 19세기 후반 유행한 시카고 창은 오늘날의 다양한 형태의 모듈형 창호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