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주변에 빛을 쓴 신들과 천장이 동그란 그들의 집
고대문명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신화가 등장합니다. 신화는 그것이 기원하는 각 문명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한 가지 문명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일례로 고대 그리스 신화라 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이 독자적으로 창조한 그들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주변 여러 문명이 교류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요. 그중 하나가 건축으로도 남아 있습니다. 신들의 집, 사원의 형태로 등장한 돔입니다.
돔으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로마의 판테온일 것입니다. 모든 신들의 집이란 뜻을 가진 판테온은 로마 신들을 위한 신전이었다가 로마의 기독교 공인 후 교회당으로 바뀌었습니다.
판테온을 비롯, 근현대 건축까지 동서양 건축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돔의 기원을 어디서 볼 것이냐가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여러 주장 중 조로아스터교의 ‘미트라’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미트라는 조로아스터교의 태양신입니다. 머리 주변으로 그려진 태양광선이 그가 태양신이라는 것을 상징합니다.
미트라 신화에는 미트라가 동굴에서 황소를 죽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화를 그려놓은 벽화를 보면 미트라가 황소를 죽인 동굴 공간 단면이 돔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돔 형식으로 패턴화 된 미트라 동굴사원이 시작이 되어 이후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사원 곳곳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양신 미트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들의 머리 뒤에 그려지는 후광에도 기원이 된다고 합니다.
미트라는 머리와 등 뒤에 그려진 광선으로 상징화되었는데, 이것이 퍼져나가 제우스, 간다라 미륵, 후광을 지닌 기독교 성상 등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문화가 각기 독특한 시대성, 지역성, 민족성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화만을 한 가지 성격의 정체성으로만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영역을 건너고 서로 섞여 이미지로 드러납니다. 이런 이미지는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달콤한 케이크처럼 적층된 것으로 어른거리며 섞여 있는 각기 다른 층위를 관찰하고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참고문헌]
들뢰즈 철학으로 읽는 헬레니즘- 신들의 여행, 김숙경 지음, 그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