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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Jan 14. 2019

10. 전설의 IT 엔지니어를 찾습니다. (상)

   해외 출장 중에 비행기에서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학창 시절 날고 기던 싸움꾼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여 과거 영광의 싸움꾼들의 고단한 현재 삶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IT 업계에 뛰어난 전설의 엔지니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전설의 엔지니어는 어떤 사람들일까? 

   과거에는 엔지니어를 '장인'이나 '장이'로 불렀습니다. 장이는 자기가 하는 일에 전념하여 최선을 다하는 철저한 장인 정신을 소유한 사람들을 일컫는 우리말이며, 장인 정신은 한 가지 기술이나 일에 정통하려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말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스스로를 '네트워크 쟁이'나 '서버 쟁이'라 낮추어 부르지만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표현입니다. 우리는 장인이라는 단어에서 인간문화재나 도자기를 다루는 도공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도공의 백발은 도자기와 함께한 세월을 말해주고, 도공의 눈빛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말해줍니다. 도자기 장인은 도제 시스템에 의해 스승과 같이 몇십 년간 같이 살면서 기술을 체득하였습니다. 세월이라는 시간 속에서 실력이 쌓여서 최고의 장인이 된 것입니다. 



   

   반대로 최고 실력의 IT 엔지니어인 시스템 엔지니어나 네트워크 엔지니어를 상상해 봅시다. 우리는 백발의 성성한 도공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의 최고의 IT 전문가를 상상합니다. 구글 이미지에서 찾은 IT 전문가는 젊은 사람들뿐입니다. 어떤 대만 할아버지는 액셀과 워드프로세서를 자유자재로 다루시는 분입니다. 그는 지난 30년간 컴퓨터를 배우고 공부하신 분이지만 해커 또는 최고의 엔지니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없습니다. 

 


   늙은 도공과 IT 전문가의 모습은 너무도 다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도공은 노인으로 표현하고 IT 전문가는 항상 40 대 이하의 젊은이들로 표현합니다. 도공이 기술을 체득하는 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의 길이가 IT 엔지니어가 전문가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길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IT 전문가는 도공보다 더 짧은 시간에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IT 세상에서 전설의 엔지니어는 존재하는 가?

   IT 세상에서 전설의 엔지니어가 존재하는 지를 알기 위해 몇 가지를 고려해 봅니다. 첫째는 IT 엔지니어가 양산된 시기이고, 두 번째는 IT 기술의 급격한 변화가 만든 기술 습득 방식, 세 번째는 IT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전문가들의 적응 방식, 네 번째는 IT 버블로 인한 급속한 팽창 부분입니다.  


   첫 번째는 IT엔지니어의 양산 시기입니다. 우리나라 IT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 보겠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PC (Personal Computer)를 만든 애플 컴퓨터는 1976년에 창립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는 1980년 효성 컴퓨터와 일본 히타치사 가기술 제휴로 만든 HL-320 사무용 컴퓨터입니다. 1981년 청계천에서 삼보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 PC SE-8001을 생산하였습니다. 1984년에 PC와 PC를 연결하는 근거리 통신망(LAN, Local Aria Network)이 활성화되었고, 같은 해  인터넷은 데이콤의 모뎀을 이용한 천리안 서비스가 시작이었습니다. 1994년 하나로 텔레콤이 ADSL (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각 가정에서 8 Mbps 정도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하였습니다. 1995년 윈도즈 95가 출시되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PC와 인터넷 사용자의 급격한 증가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기업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업무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IT의 태동기는 1980년대 초이고, IT 엔지니어들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은 ADSL 상용화로 인터넷 보급이 일반화된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 IT버블이 꺼지기 전까지입니다. 결국 IT 태동기에 엔지니어로 20대를 보냈다면 지금은 50대 중반이나 60대 초반의 나이가 됩니다. 


   두 번째는 급격한 IT 기술의 발전으로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IT 분야는 거의 매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집니다. 불과 몇 년 전의 기술은 낡은 기술이 되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IT 분야에서 낡은 기술은 새로운 기술과 거의 완벽하게 단절됩니다. 경력이 많은 엔지니어와 적은 엔지니어가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입장이 비슷합니다. 빠른 기술 변화는 기술이 축적되기도 전에 신기술에 의해 사라지게 하였고, 엔지니어가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인터넷에서 빨리 찾아야 합니다. 과거의 도공은 최고의 스승을 찾아다녔지만, 현대의 IT 전문가는 최신 정보를 찾아다닙니다. 단적인 예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엄청난 사고를 일으키는 해킹 사례는 뉴스에 종종 이슈화됩니다. 기술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승되기보다는 책과 인터넷으로 보급됩니다.  


   세 번째는 급격한 IT 기술의 발전으로 기술 단절입니다. 예를 들면, AppleTalk나 IPX 기술을 도태시킨  TCP/IP 기술, MS-DOS로 대표되는 CLI (Command Line Interface)를 도태시킨 윈도즈 OS로 대표된 느 GUI(Graphic User Inferface), 모뎀 통신을 도태시킨 ADSL 기술,  PBX 전화 시스템을 도태시킨 IP PBX 등의 기술이 있습니다. 완벽한 단절은 아니더라도 과거와의 단절은 IT 전문가와 신입 사원이 기술 습득 수준을 비슷하게 만듭니다. 혁신적인 변화는 IT 전문가들에게 항상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고, 조금만 공부를 게을리하면 기술과 멀어지게 하였습니다. 또한, 기존 기술의 전문가들은 기존 기술에 대한 기득권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PBX를 다루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TCP/IP 기반의 인터넷 전화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즉, 과거의 전문가는 인정을 받아도 현재의 기술 경쟁에서는 빠져 있습니다. 


   마지막은 IT 버블 시기의 절대적인 인재 부족으로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보직 변경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35세 이상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은 SE 매니저나 기술영업으로 보직을 바꾸었습니다. SE 매니저들은 늘어나는 SE 인력 관리를 위주로 경력이 바뀌었고, 기술 영업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기술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지 못했습니다. 이 분들은 과거의 화려한 엔지니어 경력을 가릴 만큼 현재의 보직에 충분한 경력이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짧은 IT의 역사에서 전설의 엔지니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설의 엔지니어들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설적인 엔지니어들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친구이자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입니다. 그는 잡스로부터 다른 엔지니어에 비해 10배 이상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았던 분입니다. 워즈니악이 없는 스티브는 애플 컴퓨터를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선생님이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불모지 한국에서 인터넷을 연구하였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터넷 소사이터에서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오르신 분입니다. 스티브 워즈니악과 전길남 선생님과 같은 위대한 분들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IT 업계는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세월이 흐르면 떠나는 구조이다 보니 백발이 성성한 도공과 같은 엔지니어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전설의 주먹들은 과거에는 최고의 싸움꾼이었지만 지금은 동네 평범한 아저씨, 평범한 회사원, 또는 국숫집 사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IT 버블 시기에 활약했던 많은 분들은 지금은 동네 프랜차이즈 사장님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 주위의 커피 전문점 사장이 아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전설의 엔지니어

  

   IT 업계에 나이 든 엔지니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전설의 엔지니어는 자신의 전문 기술과 함께 도태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IT 세상에서 백발이 성성한 도공 같은 전설의 엔지니어를 찾아봅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50대이나 60대의 나이에도 엔지니어의 길을 가고 있는 분들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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