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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Jan 24. 2019

13. 조언은 하는 것이 아니라 구하는 것이다.

여몽이 될 것인가? 손권이 될 것인가?

여몽, 오하아몽 (吳下阿蒙)과 괄목상대 (刮目相待)의 주인공

   나관중의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들 중 유일한 성장형 캐릭터가 여몽입니다. 다른 장수들은 자신의 능력이 거의 완성된 시점에 출사 하지만, 여몽은 무장으로 시작하여 지략형으로 성장합니다. 여몽은 오나라의 군권을 책임지는 대도독의 자리에 올라 주유, 노숙, 여몽, 육손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고, 관우를 사로잡고 형주를 되찾아 오나라의 '천하 이분 지계'를 구현하려 했던 전략가였습니다.    


   여몽은 어린 시절 가난하여 글을 배우지 못하여 병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손권은 여몽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용맹과 지혜를 겸비한 명장이 되도록 조언합니다. 손권의 조언을 받아들인 여몽은 책을 항상 가까이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여몽의 소꿉친구였던 노숙과 대화를 하던 중 노숙은 여몽의 식견에 감탄합니다. 


노숙 : 그 옛날 오 땅의 아몽(여몽의 아명)이 아니로세
(비복오하아몽 非復吳下阿蒙)

여몽 : 선비가 사흘을 떨어져 있다 다시 대할 때는 눈을 비비고 마주해야 합니다.
(사별삼일 괄목상대, 士別三日 卽當刮目相待 )


   노숙은 주유의 뒤를 이어 대도독의 자리에 올랐고, 삼국지 정사에서 "천하삼분지계"의 실질적인 입안자로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코에이(KOEI) 사의 삼국지 게임은 여몽을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으로 삽화를 그리고, 여몽의 성장을 괄목상대 이벤트로 구현하였습니다. 여몽은 통솔 81, 무력 81, 지력 49, 정치 48, 매력 82 정도의 능력을 가진 무장이지만, 괄목상대 이벤트 후 지력 89와 정치 78가 급상승합니다. 삼국지 게임 시리즈가 회를 거듭할수록 특정 능력이 뛰어난 장수 중심에서 고른 능력을 갖춘 장수 중심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여몽의 지력은 제갈량이나 가후에 미치지 못하고, 무력은 관우나 장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른 능력을 갖춘 여몽 같은 장수가 좋은 장수입니다. 불철주야 공부한 여몽은 근육과 뇌가 울퉁불퉁한 강남 스타일의 남자가 됩니다.  ,



손권, 여몽을 변화시킨 남자

   손권은 조조, 유비와 함께 천하를 삼분했던 남자로 손견과 손책의 뒤를 이어 오나라를 안정시켰습니다. 삼국지가 위나라와 촉나라 중심이다 보니 오나라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집니다. 오나라의 손권은 다방면에서 고른 능력을 보여주지만 전략가로서의 면모는 부족한 군주입니다. 그는 오나라를 물산이 풍부하고 백성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고, 몰려든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였습니다. 그는 여몽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보고 책을 읽어 지장이 될 것을 조언하였습니다.   




   여몽은 밑바닥에서 장군의 반열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는 자수성가형 장수로 배움이 짧아 다른 장수들에게 비웃음을 샀습니다. 그의 주위의 노숙, 손권, 부하 장수들, 그리고 글 좀 아는 병졸들도 여몽에게 공부할 것을 조언했겠지만, 여몽은 많은 조언들 중에서 오직 손권의 조언을 받아들입니다. 손권이 여몽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조언을 하였습니다. 손권이 왕이라는 사회적 지위적 지위로 인해 여몽은 공부만 하면 출세를 보장받는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손권은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여몽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을 했을 것입니다. 


   역사는 괄목상대의 여몽과 충고한 손권 중에서 누구를 더 높게 기억할까요? 충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충고를 받아들여 실행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조언은 쉽지 않다.  

   몇 마디 조언이나 대화로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아끼는 후배에게 진심 어린 조언, 선배를 향한 조언, 부족한 부하 직원에 대한 조언, 술자리에서 속 깊은 조언. 우리는 언제나 조언을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으로 움직이게 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우리는 말 몇 마디로 손권이 되고자 하지만, 여몽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손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도
여몽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몇 번을 이야기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바꾸는 사람은 대단합니다. '삼인지행 필유아사'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지만 나의 학생은 없습니다. 




   자신의 습관이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조언 몇 마디로 바꿀 수 없습니다.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습관이 되도록 수년에서부터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우리의 조언이 누군가의 생활이나 습관을 바꿀 수 없다.
조언은 신중해야 한다



여담 - 손권과 여몽의 마지막  

   여몽과 손권의 아름다운 관계는 언제까지 이어졌을까요? 여몽과 손권 사이에 관우의 죽음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관우의 죽음 이후 촉은 위나라로 향하던 화살을 오나라로 돌립니다. 여몽은 손권의 명령을 거역하고 관우를 죽였다는 설이 있고, 관우가 생포되었을 때 이미 치명상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관우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여몽이 지병으로 죽으면서 저주를 받았다는 이야기 도도 있습니다.


   오나라는 손견 때부터 장수들의 요절 징크스가 있습니다. 손견, 손책, 주유를 이어 여몽도 요절합니다. 손권은 출중한 군주이지만 손책의 친구이자 대도독인 주유에게 가려져 있었습니다. 손권은 주유에 대한 열등감이 내재된 인물입니다. 여몽은 손권의 부족한 식견을 지적하면서 점점 주유처럼 변해 갔습니다. 손권은 관우의 죽음을 기점으로 여몽을 독살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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