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글들은 가식적이지 않고 소소한 일상과 잔잔한 감동이 있습니다. 브런치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밴드보다 통찰력 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브런치는 압도적으로 퇴사자들과 프리랜서들의 글들이 많습니다. 브런치 작가들이 글을 쓰다 보니 프리랜서로 전환하거나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인지 프리랜서나 퇴직자들이 브런치에서 글을 많이 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직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무조건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니까. 계란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것처럼 사람들은 끊임없이 회사라는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합니다. 회사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안전한 집이기도 하고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과감하게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퇴사를 선택합니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
1997년 한국은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 긴급 구제 금융을 신청하면서 경제 위기로 빠져들었습니다. IMF의 권고에 따라 재벌 그룹들의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가 시작되었고, 한보그룹, 삼미 그룹, 대우 그룹, 기아 그룹 등이 무너졌습니다. 코스피 주가는 280선까지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2000원에 육박했습니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에 기업들은 대규모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을 진행하였고, 수많은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졌습니다. 한 직장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평생직장의 개념은 무너졌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IMF 이전 사람들은 기업과 암묵적인 종신고용 계약 상태를 맺었습니다. 기업들은 직원들을 가족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였고, 직원들이 큰 과오를 범하지 않는 이상 정년을 보장했습니다. IMF 사태 이후 한국의 고용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기업은 해고가 쉽지 않은 정규직 직원의 채용을 줄이고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의 채용을 늘렸습니다. 경영이 어려울 때는 명예퇴직을 수시로 진행하였습니다. 대신에 직원들도 회사를 언제든지 떠날 수 있습니다. 연봉이나 고용상태가 나은 회사로 쉽게 이직합니다. 첫 직장에서 퇴직을 한다는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평생직업은 특정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지는 않지만 특정 직업을 유지한다는 의미 합니다. 평생 직업은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충분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다면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직이 많은 사람은 흠이 있는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뛰어난 역량을 나타내는 잣대입니다.
평생 직업을 가지고 여러 회사를 다니더라도 나이가 차면 은퇴를 해야 합니다. 경력과 실력이 차고 넘치더라도 직장인들은 세월을 이길 수 없습니다. 퇴직이 없는 직업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사, 변호사, 공인 중개사와 같은 전문직과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이 등장하였습니다. 요즘은 자신이 취미나 업무를 확장시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IT 업계는 매년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십 년을 주기로 거대한 기술의 쓰나미가 부는 곳입니다. 신기술도 10년이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낡은 기술이 됩니다. 이직을 거듭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도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IT 환경 속에 살아가는 IT 엔지니어들은 평생 직장보다 평생직업의 개념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IT 엔지니어를 평생직업으로 생각해도 은퇴할 때까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IT 엔지니어들은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은 낡은 것들 뿐이고 새로운 것은 익히기 어렵습니다.
필자가 20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대를 지날 때까지 엔지니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프로토콜을 다루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엔지니어를 떠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날 때도 필자는 끝까지 엔지니어로 남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녹녹치 않습니다.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IT 엔지니어로 살아간다는 것은 없는 꿈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IT 엔지니어로 살아간다는 것은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