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9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발표했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듯이 아이폰에 열광했습니다. 한국은 삼성전자 및 LG 전자의 방해와 시장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KT와 SKT의 협상 실패로 인해 2010년이 되어서야 아이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IT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무선 인터넷의 활성화, 앱스토어의 등장, 모바일에 맞춘 웹 환경, 모바일 앱과 게임들의 출시, 디지털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의 몰락 등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2010년 4월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로 세상은 또 한 번 뒤집어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포스트 PC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과 사고방식이 일상생활과 기업의 업무 전반에 스며들었습니다.
반대로, 변화를 읽지 못한 기업들의 엉뚱한 짓과 헛발질은 계속되었습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이 새로운 시대의 사고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PC 시대의 사고방식에 따른 결정을 지속했습니다. 아마도 짧은 시간에 포스트 PC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B2C (Business to Customer) 시장은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시장에서 퇴출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였습니다. B2B (Busiess to Business) 시장의 기업들은 B2B와 B2C 비즈니스가 다르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PC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늦더라도 B2B 시장의 기업들도 적응하였습니다.
포스트 PC 시대에 협업과 스마트워크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고 많은 실패가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태블릿과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 실패에서 배운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포스트 PC 시대에 B2B와 B2C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의 업무 환경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 비즈니스 태블릿의 실패에서 배운 것
2010년 아이패드가 출시되자마자 B2B 전문 IT 제조업체들은 헛발질을 시작했습니다.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B2B 시장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스러운 태블릿을 출시했습니다. 시스코, IBM, HP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가볍고 휴대가 간편한 태블릿을 지속적으로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실패했습니다. 이들은 아이패드와 갤럭시와 비슷한 모양의 비즈니스 태블릿을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보다 비싸고 성능도 떨어지는 비즈니스용 태블릿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은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에 필요한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IT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B2B용 태블릿 생산을 중지하게 되었고, 마이크로소 소프트는 B2B가 아닌 B2C용 MS 서피스를 출시하였습니다..
IT 제조 기업들은 비즈니스 태블릿의 실패 이후 포스트 PC 시대의 시장 변화를 철저히 분석하였습니다. 더 이상 비즈니스용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변화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이되었습니다. 특히, 협업 및 스마트워크 관련 솔루션들은 B2B용과 B2C용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미미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B2B와 B2C의 경계가 없다
2) 모바일 메신저의 실패에서 배운 것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자마자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가 한국에서 출시되었습니다. 2019년 현재 카카오톡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가 되었고, 피처폰을 고집하던 사람들을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게 만들었습니다.
카카오톡은 우리 일상과 IT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문자, 사진 및 동영상 등을 무료로 전송 가능하므로 사람들은 SMS (Simple Message Service, 단문 메시지 서비스)나 MMS (Multimedia Message Servie,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KT 및 SKT와 같은 통신사들은 주요 수입원이었던 메시지 매출이 급감하면서 무제한 정액 요금제로 손실을 만회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PC 시대에 세상을 주름잡았던 메신저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모바일 메신저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PC에서 메신저가 사라졌습니다. 카카오톡은 일대일 전화 및 영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통신사들의 주 수입원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PC 시대에 개인용 메신저가 성공하자 업무용 메신저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외국에서는 시스코 재버와 마이크로소프트 링크 및 스카이프가 인기를 끌었고, 한국은 모든 그룹사의 IT 자회사들이 메신저를 자체 개발하여 서비스를 하였습니다. 2010년 카카오톡의 성공을 보고 IT 자회사들은 앞다투어 업무용 모바일 메신저를 서비스했지만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만든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도 기존 PC용의 메신저를 모바일에서 사용하는 수준이었기에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직원들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없는 데 다른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한, PC에서는 개인용 메신저의 사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불가능했습니다. 기업에서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의 실패가 계속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직원의 모바일 환경을 제어할 수 없다
일반 재벌 기업이나 그룹사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잘 개발하지 않습니다. 카카오톡보다 더 잘 만들 수도 없고, 카카오톡보다 열 배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더라도 직원들이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메신저는 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쓰는 앱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압도적인 사용량을 자랑하는 앱이 있습니다. 한국은 카카오톡이고, 일본은 네이버 라인입니다.
아무런 차별점이나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카카오톡의 성공을 본 수많은 의사 결정권자들은 지속적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합니다. 멈출 때도 되었지만 이런 멍청한 짓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 바로톡
2014년 말부터 정부 및 공공기관은 공무원들의 카카오톡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보안 사고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습니다. 정부는 카카오톡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의 바로톡이라는 모바일 채팅 설루션을 공무원들에게 배포하였습니다. 바로톡은 행정전자서명 (GPKI) 인증서를 활용해 공무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7년 6월 기준 바로톡 가입자는 15만 3730명, 일 평균 이용 건수 3만 5000건입니다. 현재까지 23억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매년 5억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로톡은 국정원의 보안 정책에 따라 모바일 백신 강제 설치에 따라 아이폰을 지원하지 않고 자료 공유도 어렵게 설계되었습니다.
2) 솔저톡
2011년 10월 국방부가 군장병과 가족을 위한 솔저톡이 출시하였습니다. 군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보안 서비스를 갖추고 군부대에 설치된 PC 방에서 사용하고 가족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3) 위비톡
2016년 우리은행은 우리은행 고객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채팅앱을 출시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자 직원들에게 한 달에 백 명 모집이라는 실적 압박도 있었지만 메신저의 특성상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4) SKT의 RCS와 KT의 채팅
2019년 1월 KT의 채팅과 SKT의 RCS (Rich Communication Services)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과거의 SKT의 네이트온과 KT의 채팅 앱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모바일에서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풍부한 채팅 기능이 지원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 SKT 고객끼리, KT 고객끼리만 가능하고, 특정 휴대폰만 지원되는 기형적인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바일 채팅 및 전화 서비스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두드립니다. 이미 모바일 채팅 및 전화 서비스는 무료 서비스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든 IT 기업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몇 년 후에도 큰 고민 없이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실패를 반복할 것입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기업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모바일 채팅이나 전화 서비스가 이미 무료 서비스임을 인정합니다. 무료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무료 서비스를 잘 사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합니다. 대표적인 협업 솔루션 기업들은 슬랙(Slack),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 시스코 웹엑스 팀즈 (Cisco Webex Teams), 줌 (Zoom)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협업 솔루션을 잘 만들려고 하고, 외국의 통신사는 협업 솔루션을 잘 서비스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이 자신의 핵심 역량과 핵심 제품을 잘 만든 채팅 앱과 전화 앱에서 찾습니다. 한국의 IT 자회사들이 기존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이길 수 있는 채팅 서비스와 전화 서비스를 만듭니다. 그렇게 그저 채팅앱이나 전화 앱이나 만들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아직도 채팅이나 전화 앱이나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기업이 너무 많다
물론, 협업 및 스마트워크 분야에 국한한 경험입니다. 한국 시장이 역동적이지 않고 성공한 기업은 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반복은 계속됩니다. 포스트 PC 시대이자 모바일 시대에 모두가 적응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